매일신문

야고부-상식을 깬 사람

아이작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과학적 업적의 하나인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부경대의 두 그루 '뉴턴의 사과나무'는 바로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집 뜰 사과나무의 적통 자손. 13년 전 옮겨심은 이 나무들에 2003년 단 한 개 맺힌 사과가 태풍 매미로 인해 떨어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더니 올해는 수십 개나 주렁주렁 매달렸다고 한다.

◇ 물리학계가 "만유인력 법칙에 버금가는 업적"으로 평가하는 이론이 국내 과학자들에 의해 탄생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반기술연구소 김현탁 박사팀이 '금속-절연체 전이(MIT) 가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하자 세계 물리학계가 화들짝 놀라고 있다. 1949년 영국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네빌 모트 교수가 제시한 가설로 그간 세계적 석학들도 풀어내지 못한 난제였다. 그러나 김 박사팀의 뜨거운 연구 열기 앞에서 56년간 현대 물리학계의 숙제로 남아 있던 모트 가설이 마침내 신비의 문을 열고 만 것이다.

◇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팀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한국 과학기술의 수준과 잠재력을 다시 한번 세계 만방에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벌써부터 노벨 물리학상감으로 거론되고 있어 어깨가 으쓱거려진다. 끝없는 불황의 터널 속에서 풀 죽어 사는 국민에게 '안 먹어도 배부른'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 김현탁 박사는 13년 전 이 연구를 시작한 뒤 오로지 MIT 연구에만 매달렸다. 남이 안 가는 길을 가는 사람은 더 한층 외롭고 힘들게 마련. '상식 밖의 연구'라는 등 온갖 불신과 오해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동료들을 격려하고 다독이며 새롭게 용기를 내곤 했다. 김 박사팀은 다른 학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반대 방향에서 연구를 전개해 모트 가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상식을 깨는 접근법, 반전의 접근법이다.

◇ 이번 연구는 100조 원 매출, 3조 원 정도 특허료라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는 MIT 기술이 꽃필 것"이라는 김 박사의 말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안타깝게도 딴판이다. 많은 우수한 인재들은 당장의 안정된 직업이 보장되는 분야로만 몰릴 뿐 기초과학엔 영 관심이 없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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