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은 영화들이 주는 커다란 여운

보통 한달 동안 개봉되는 영화의 수는 20편 안팎.

새삼 '개봉 영화가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는 영화는 이 가운데 흥행작 2~3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J CGV에 따르면 실제로 8월에 전국 관객 300만명 이상을 동원한 흥행작은 겨우 4편. 나머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심지어 관객들이 개봉 여부도 제대로 모른 채 간판을 내린 것도 있다.

이처럼 가혹한 영화 흥행 판도에서 최근 자신만의 빛을 발하는 영화 몇 편이 눈에 띈다. 이른바 작은 영화. 막대한 투자, 초호화 캐스팅과는 거리가 멀어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웰메이드' 작품들이 그것이다.

15일 개봉하는 '종려나무 숲'은 정(情)이 숨 쉬는 영화다. '피아노맨'(96년), '건축 무한 육면각체의 비밀'(98년) 등에서 독특한 영화세계를 보여줬던 유상욱 감독이 "40대가 되어서 내가 해야 할 영화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7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주연배우 김민종이 "제작은 가난했다"는 말처럼 이 영화는 지난 2일에야 비로소 기자 시사회를 열며 홍보를 시작했다. 거액의 투자비가 들어간 작품들이 크랭크인 때부터 다양한 이벤트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 특히 추석 시즌 3편의 화제작들 틈새에 끼여 그 존재감이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김민종은 "그래도 내용은 어느 작품보다 풍요롭다"고 했다. 작은 영화 특유의 감성이 잘 버무린 양념처럼 화면 곳곳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김유미, 조은숙의 연기는 작품의 배경인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8월 25일 개봉한 '초승달과 밤배' 또한 조용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고 정채봉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입소문에 힘입어 개봉관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개봉 당시 전국 5개관 상영에서 2일부터는 2개관이 추가됐다. 9일부터는 대구 동성 아트홀, 프리머스 제주 등에서도 상영할 계획이다. 적은 개봉관 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0일까지의 관객 동원이 2500명선. 작지만 소리없이 강한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외국인의 시선에서 북한을 다룬 다큐멘터리 '어떤 나라'와 '천리마 축구단'(이상 감독 다니엘 고든)도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작은 영화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이 작품을 교차 상영 중인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 따르면 1일까지 들어온 관객 수가 2800여명. 주말 점유율이 80%에 육박했다.

이번 추석에 이런 작은 영화 한 편과 만나 보는 건 어떨까?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 c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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