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작자 미상 '헌화가'
잘 알려진 우리 고대시가의 하나이지요. 동해바다 용왕도 탐냈다는 절세미인(수로부인)이 벼랑 위에 핀 꽃을 갖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너무 위험해서 아무도 나서지 않습니다. 그 때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수로부인 앞에 나와 자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암소 고삐 놓아두고 꽃을 꺾어바치겠다고 합니다. 거절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전 재산인 암소(현실)를 놓아두고 죽음의 위험도 무릅쓰겠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무모한 제안이 아닌가요? 노인이 설령 꽃을 꺾어바친다고 해도 유부녀인 수로와의 사랑이 이루어지겠습니까? 그러나 그뿐,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법, 어찌 보면 이 무모함이야말로 이해를 초월하는 진정한 사랑이 아닌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여인에게 목숨을 거는 노인의 심미적인 열정이 놀랍지 않습니까?
이진흥(시인)
댓글 많은 뉴스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조희대 "사법개혁,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 공론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