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대구역 '장애인은 괴로워'

7일은 사회복지의 날. 이날 오후 2시 장애인들과 함께 지난해 4월 신축한 동대구역을 찾았으나 여전히 장애인들에게 '장애시설'만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동대구역 구관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은 매점의 물품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매점에 있던 장모씨는 "장애인 화장실 통로의 경사가 심해 그동안 장애인들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일이 많아 폐쇄하고 잠시 물품보관소로 이용하고 있는데 곧 비워주겠다"고 겸연쩍어했다. 폐쇄된 화장실 안에는 자동문 스위치에다 지지대, 인터폰까지 갖춰져 있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다른 화장실을 찾아 돌아나왔다.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20㎝ 높이의 여섯 계단을 올라가기는 불가능했다. 신관 장애인용 화장실까지 거리는 약 200여m. 목발을 짚거나, 수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상당히 먼 거리였다.

동전 500원을 넣으면 15분 가량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정보광장. 의자 10여개가 바닥에 고정돼 있어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은 의자를 치워보려 애썼지만 꼼짝도 않았다. 게다가 약 1m 높이의 컴퓨터에는 손조차 뻗기 힘들었다.

지체장애인 박명애(52·여)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화장실을 더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을 왜 폐쇄했는지 알고 싶어요. 정보광장에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높이의 컴퓨터를 단 한개라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이동로인 점자블럭을 따라가보니 안내대기줄이 가로막았다. 장애인·노약자 전용창구도 비장애인과 같은 높이여서 도우미가 거들어주지 않고는 의사소통도 힘들었다. 게다가 신관에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 출입문은 이용 중에도 출입문을 강제로 열 수 있어 장애인의 두려움이 컸다. 지지대도 제대로 벽에 박히지 않았는지 흔들거렸다.

지체장애인 허모(38)씨는 "얼마 전에는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와 '화장실 전세 냈냐'며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과 행패를 부렸다"며 "음수대는 너무 높고, 엘레베이터는 센서가 없는지 이동이 늦은 장애인은 자주 문에 끼여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문인식 자동보관함의 인식기는 휠체어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높이에 있어 이용이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동대구역 신축건물에 장애인 화장실이 들어선 이후 기존 장애인 화장실이 창고로 변해 지체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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