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위의 쾌락/하이드룬 메르클레 지음/열대림 펴냄
로마시대 부자의 집에는 식당이 몇 개나 있었을까? 중세에는 왜 그리도 양념에 잡착했을까? 르네상스인들은 왜 포도주를 그토록 줄기차게 마셔댔을까? 바비큐 파티에서는 왜 항상 남자가 고기를 구울까?
독일의 음식과 식사문화 연구가인 하이드룬 메르클레가 쓴 '식탁 위의 쾌락'은 부엌과 식탁을 둘러싼 재미있는 이야기가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책은 2천500년이 넘는 역사와 더불어 변천을 거듭해 온 음식문화 탐방기이다.
손님 뒤에 신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며 정성껏 대접하며 노래와 춤으로 식사의 절정을 즐기던 고대 그리스인들,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그리스 향연의 음주문화, 포도주로 손을 씻고 누워서 식사하던 로마시대의 퇴폐적인 음식문화,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이 철저히 구분되고 양념이 신분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중세시대, 손가락으로 먹던 관습에서 탈피해 포크가 등장하고 음식의 고급화가 시작된 르네상스시대, 그리고 메뉴와 식탁 예절에서 현대화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19세기 시민사회의 음식문화….
식탁의 일상적이고 다양한 모습들을 관찰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음식에 대한 미학적 접근과 거리두기이다. 진정한 미식이란 음식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즐길 줄 알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이다.
또 맛의 미학을 위해서는 조금씩 먹는 방법, 식사 전 잠깐 동안의 지연을 참아내는 것, 식사 도구로 손과 포크를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것, 음식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는 것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식사, 그것은 정녕 즐겁고 유쾌한 행위이며 진정 '감각을 위한 축제'이다. 화려한 만찬이든, 소박한 상차림이든 식사는 인간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쾌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과의 전쟁이 아니라 음식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줄길 줄 알 때 우리는 진정한 미식가가 될 수 있으며 식사가 최고의 쾌락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류가 발전시켜 온 식사문화를 들여다보는 것은 분명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유용한 지혜와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또 다양한 문학작품과 음식에 관련된 재미있는 그림자료가 곁들여져 있는 이 책은 문화사적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시대별로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시대의 증인들인 호메로스, 몽테뉴, 토마스 만 등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위주로 해 고대 그리스에서 19세기까지 손님접대와 음식문화, 음주문화의 문화사적 흐름을 따라간다.
시대마다 어떤 음식이 축제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는지, 음식 섭취라는 행위가 어떻게 미학적인 일로 바뀌는지를 재미있는 일화와 더불어 위트 넘치게 풀어내고 있다. 손님접대와 식탁문화에 대해, 음식과 와인 즐기기에 대해, 그리고 말 그대로 훌륭한 맛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 최고의 쾌락인 식탁 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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