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강추! 이곳 어때요-(12)임실 옥정호

안개 사이 드러낸 찬란한 풍광'와~'

'자전거를 타고 새벽에 여우치 마을을 떠나 옥정호수를 동쪽으로 돌아나왔다. 호수의 아침 물안개가 산골짝마다 퍼져서 고단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불처럼 덮어 주고 있었다.'

소설가 김훈이 쓴 수필의 한 구절에서부터 옥정호에 대한 환상을 키우고 있었다. 꼭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차에 매일신문에 실린 옥정호 기사를 보게 됐다. 시원하게 펼쳐진 옥정호 풍경과 김용택 시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을 읽고도 떠나지 않는다면 죄가 될 것 같았다.

지난주 일요일. 조금 더 용기를 냈다. 동트기 전에 출발해 새벽 안개를 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벽 4시 출발. 화원 IC를 지나 88고속도로, 순창 IC까지는 쉽게 갔지만 그 다음부터는 많이 헤맸다. 운전이 서툰 사람과 길눈 어두운 사람이 함께 하는 장거리 여행에서 겪는 시행착오랄까.

안개가 다 걷힐까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할 무렵 임실군 관광안내도가 내걸린 공터를 찾아냈다. 차를 세우고 왼쪽 나무 계단을 따라 운암입석기지국까지 올라갔다. '기지국 바로 아래쪽이 옥정호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명당이라고 했지.'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절벽 위 소나무 사이로 옥정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 하는 감탄사 외에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풍경 앞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 다 걷혀 버릴까 걱정했던 안개는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약간 비탈진 곳에 돗자리를 깔았다. 안개에 가려진 옥정호가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자는 심산에서.

김밥을 먹으면서 각자 생각을 하는 동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호수를 둘러싼 산봉우리가 저 멀리 나타났다. 옥정호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 안에는 분명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얼핏 보이는 지붕과 드문 드문 보이는 채소밭. 분명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고 내려와 근처에 있는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로 향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근무했던 학교란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50m 거리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앙증맞은 운동장.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낮고 작은 조회대는 정겹기만 하고…. 마암분교에서 나와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덕치초등학교를 찾아갔다. 김용택 시인이 마암분교에서 옮겨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다. 실없는 사람처럼 교무실 안을 기웃기웃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김용택 시인이 숙직 근무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피식' 웃음이 났다. 유명 시인을 우연처럼 만나고 싶어하는 내 유치한 기대가 채워질 리 없었지만 그냥 좋았다.

조미영(북구 국우동)

사진=안개가 자욱해 한참을 기다린 끝에 모습을 드러낸 옥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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