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술 대비 혼자서 하는 방법은

쓰기·말하기 바탕은 독서

문 : 포항에 사는 중3, 고1 연년생 남매를 둔 엄마입니다.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에서는 논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중소 도시에서는 제대로 준비를 할 수 없어 불안합니다. 주말에 서울서 전문가가 내려와 강의를 한다는 논술 학원에 갔더니 너무 고액이라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주요 과목을 선행학습 해야 하는 현실에서 논술이나 심층면접까지 신경 쓰자니 너무 힘겹고 불안합니다. 논술 대비를 혼자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답 : 사회 모든 분야에서 무언가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분위기로 자리 잡게 될 때 변칙과 편법, 불법과 탈법이 활개를 치게 됩니다. 현재 사교육 시장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와 조급성, 교육 정책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 등을 생존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선행학습 붐은 지나친 경쟁심과 조급성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것이고, 논술과 심층면접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주는 막막한 심정을 가장 잘 이용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마다 입시요강이 다 다른 오늘의 현실을 보며, 또한 2008학도 대입제도 개선안에 기초한 구체적인 것이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한없이 막연하기 때문에 유언비어성 정보에 현혹되지 않을 수 없고, 부르는 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질문에 답하면서 먼저 우리는 좀 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는 빠름과 느림이 조화를 이뤄야 생산성이 극대화됩니다. 빠름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그 속에 느림과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느림이 창조적이고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그 속에 필요할 때 즉시 속도를 낼 수 있는 탄력성이 있어야 합니다. 음미와 여유가 없는 속도는 무모하며, 결국에 가서는 일을 크게 그르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지금 속도가 미덕이라고 착각하는 사회에서 남에게 뒤처질까 안달하며 거름지고 장에 가듯이 유행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속의 체증 속에서 꼼짝 못하고 앉아 있을 때가 많다. 시간이라는 기차에서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앉아서 성급한 진보에 몸을 내맡긴 많은 사람들은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도 바람이 얼굴에 심하게 부딪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달리고 있는 진보라는 기차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앉아 있으면 창문을 연 채 갈 수 있다'라는 칼하인츠 A 가이슬러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까닭 없이 안달하며 맹목적으로 속도를 추종하다보면 치명적인 바람을 맞기 쉽습니다. 학과 공부든 논술이든 순서와 절차를 중시하며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논술은 고액 과외나 학원 수강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논술과 심층면접은 그 성격상 따로따로 준비하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사회 현상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고전 작품과 현대의 여러 문제들을 다룬 책들을 꾸준하게 읽으면서 그 주제를 현실적인 문제와 접목시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고전을 읽으며 그 주제와 관련된 오늘의 쟁점을 비교해 보며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훈련이 생활화 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면 시간과 더불어 많은 것이 해결되고 좋아질 것입니다. 기출문제와 그 해설을 동시에 제공하는 대학의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3이든 고1이든 교과서적 기본 개념에 충실하면 논술의 많은 부분이 해결됩니다. 대도시나 서울의 과장되고 부풀려진 사교육 시장을 안달하며 바라보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며 접근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여유로운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자연계 학생은 수학과 과학의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출제 경향과 난이도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문계의 경우 일부 대학에서 채점의 객관성과 높은 변별력 때문에 과거에는 논술과 심층면접에 영어 지문을 출제했습니다. 그러나 논술 가이드라인에서 영어 제시문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영어지문은 심층면접에서 주로 활용될 것입니다. 영어가 안 나온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심층면접에서 좀 더 어렵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라도 영자 신문이나 잡지를 읽으며 꾸준히 독해력을 길러야 합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심층면접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예민한 감수성과 읽은 내용을 비판적으로 정리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쓰기와 말하기의 바탕은 독서라는 사실을 꼭 명심하십시오. 평소 논술이나 심층면접을 너무 염두에 두지 말고 좋은 글을 그냥 즐겨 읽는 습관부터 몸에 배게 도와주십시오. 신문과 잡지의 서평을 꼼꼼히 읽어보며 틈나는 대로 이이들과 함께 서점을 찾는 것도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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