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출판사에서나 만드는 것이라고요? 천만의 말씀!"
'책 만들기'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그림을 그려 재미있는 팝업 책을 만들다 보면 창의력이 쑥쑥 자라나는 것은 물론 직접 만든 책을 통해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자라나는 것. 책 만들기는 영국에서 '북아트'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책 만들며 크는 학교'(www.makingbook.net) 등의 단체에서 도입해 몇 년 전부터 교육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책 만들기
지난 23일 오전 11시 대구 중앙도서관 3층 강의실에서는 '가족'을 주제로 한 책 만들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재잘재잘 엄마와 아이가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없을 지경.
"아빠 눈이 작긴 하지만 너무 조그맣게 그린 거 아냐? 조금 더 크게 그려주면 아빠가 더 좋아했을 텐데…." 엄마의 걱정에 준희(여·강북초2년)가 보기 좋게 맞받아친다. "아빠는 내가 만든 거라면 뭐든 다 좋아해. 아마 잘했다고 칭찬해주실 걸!"
언니 얼굴을 그린 상아(사대부초2년)는 반대로 언니 얼굴을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양 갈래 머리에 큰 눈망울의 소녀로 예쁘게 그려놔 엄마에게 사실과 너무 다르다고 핀잔을 들었다. 그래도 상아는 "눈이 작은 언니가 보면 좋아할 것"이라며 흡족한 표정이었다.
'가족 책 만들기'는 아이의 가족을 등장인물로 해 평소 하고 싶었던 말, 듣기 싫은 말, 즐거웠던 기억,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만드는 책이다. 색연필과 파스텔, 사인펜으로 가족들의 얼굴을 솜씨껏 그린 뒤 종이를 반으로 접어 모서리를 잘라 코와 입이 봉긋 솟아나게 팝업을 만들면 간단하게 완성된다.
이날 '가족과 함께하는 책 만들기' 행사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과 학부모 40여 명이 참가해 2시간 만에 가족의 사랑을 담은 8쪽의 책 한 권씩을 가져갈 수 있었다.
△책 만들기는 종합 교육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작가에서부터 화가, 디자이너, 편집자, 제작자, 인쇄사, 제본사 등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야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것. 때문에 책 만들기 활동은 여러 분야의 작업을 두루 경험해 볼 수 있는 종합교육이 된다. 어떤 책을 만들 것인지 기획하고, 책의 내용을 써 넣고, 삽화를 그리고, 제목을 달아보는 활동을 통해 책과 친해지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갑교(40) 중앙도서관 강사는 "이제까지 책은 읽기만 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직접 책을 만들다보면 책을 접하는 즐거움이 몇 배로 커질 수 있다"며 "간접 지식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장으로 책을 활용하면 창의력 향상, 체계적 사고 정립 등 다양한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책 만들기를 통해 두려움을 없애줄 수 있어 효과적이다. 이 강사는 "원고지를 주고 글을 쓰라면 연필만 깨물던 아이들도 직접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어보라고 하면 쉽게 글쓰기를 시작한다"며 "삽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림책부터 시작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다 보면 논리적인 구성력도 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만들까
책 만들기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단 종이를 반으로 접는 것부터 책 만들기는 시작될 수 있다. 그림책을 본떠 비슷한 모양과 캐릭터의 책을 만들어볼 수도 있고, 책 속의 한 장면을 따와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아이가 책 만들기를 어려워한다면 일단 흉내 내기와 신문, 잡지 등에서 오려붙이기를 통해 재구성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러 명이 공동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
이때 너무 잘 만들기를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솜씨가 부족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직접 만들도록 유도해 자기 힘으로 책을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을 맛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수학, 과학 등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고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 강사는 "직접 기록하고 만들다 보면 아이들이 그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는 장점이 있다"며 "이야기가 있는 책에만 치중하지 말고 수학책, 과학 잡지, 미술 교과서 등 다양한 형태의 책을 구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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