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선정 통보를 받은 뒤 상금을 쪽방 생활자나 노숙자, 새터민(탈북 북한주민)을 위해 쓰려고 했는데 상금이 없다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30일 제29회 '자랑스러운 대구시민상'을 받은 남상걸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 이사장은 시민상 상금이 없어지는 바람에 어려운 이웃을 도울 기회를 놓치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나눔공동체 부문 시민상 상금(500만 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려 했으나 지난 8월 바뀐 공직선거법에 따라 상금을 받지 못하게 돼 좋은 뜻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
지난 1999년 대구시민상 대상을 받은 야구선수 이승엽 씨는 상금 1천만 원을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하는 등 지금까지 적잖은 시민상 수상자들은 상금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썼다.
남 이사장은 "수상자로 확정된 후에 상금이 없다는 얘기를 대구시로부터 들었다"며 "28년간 지급하던 시민상 상금을 하루아침에 없앤 것이 합리적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수여하는 각종 상의 상금이 없어지는 바람에 수상자들이 엉뚱한 '낭패'를 겪고 있다.
상금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거나, 시민들을 위한 무료 공연이 불가능해지는 등 파장이 불거지고 있는 것. 6일 제25회 대구시문화상 예술Ⅱ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상직 다운비트 재즈연주단장은 "상금 700만 원을 받으면 시민들을 위한 무료 재즈공연을 가질 계획이었다"고 섭섭해했다.
대구시의 경우 시민상(대상 1천만 원, 부문상 500만 원)을 비롯해 대구시문화상(각 부문 700만 원), 중소기업대상(500만~150만 원) 등 10여 개의 표창 및 포상에서 상금이 없어졌다. 시는 시민들에게 상금 등 부상보다는 수상에 대한 명예를 준다는 취지를 강조하지만 수상자들의 상금활용 계획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상의 위상마저 낮아질 우려가 제기되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사전 선거운동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현실이 서로 맞지 않기 때문.
특히 일부 지자체의 경우 상금수여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시민·문화상을 전격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울산시는 우수광고물 공모전을 취소했으며 충북 충주시도 문화상을 없애기로 했다. 상금으로 책정된 예산은 불용예산으로 처리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시민들은 "시민상, 문화상 등을 보다 권위 있고 알찬 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상금 폐지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상금 등 부상수여 행위를 기부행위로 간주, 상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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