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26 재선거 결과와 정국 풍향

與野지도체제 유지? 개편? 갈림길

10·26 국회의원 재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각 당은 승패 결과와 그에 따른 향후 정국변화를 가늠해 보느라 바쁘다.재선거 지역은 대구 동을, 울산 북, 경기 광주, 부천 원미갑 등 4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이전엔 선거가 없어 이번 선거 결과가 각 당 지도체제와 운영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1승이면 선전, 2승 이상이면 승리로 보고 있다. 대구 동을 이강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고, 부천 원미갑 이상수 후보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경기 광주에서 홍사덕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기대했으나 홍 후보와 한나라당 정진섭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형국이다.1승 이상이면 선거가 문희상 의장 체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적다. 특히 대구 동을에서 이길 경우 1승이라도 지역구도를 부쉈다는 '큰' 명분을 얻게 된다.

그러나 전패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조기 전대론이 부상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행정부에 가 있는 인물에 대한 복귀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시름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지방선거 참패도 불 보듯 뻔해지게 된다. 노 대통령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연정(聯政)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한 마당이므로 새 카드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것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개헌론 또는 지역구도 타파가 가능한 선거제도 개선을 전제한 하야(下野)를 노 대통령의 선택 가능한 새 카드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2승이면 선전, 3승 이상이면 승리로 규정할 듯하다. 선전하면 선거가 박근혜(朴槿惠) 대표 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이 되지 않는다. 1승 이하면 박 대표를 흔드는 세력이 당내 곳곳에서 출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재선거 판세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선전하더라도 경기 광주에서 무소속 홍사덕 후보에게 패할 경우 정치적 의미는 다르다. 대통령 탄핵 주역이라고 박 대표가 공천하지 않았는데 홍 후보가 살아서 국회로 돌아오면 박 대표의 반대쪽에 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구 동을에서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다. 대구·경북 26개 지역구를 한나라당이 싹쓸이한 마당에 여권 통로 확보를 위해서 1석 정도는 열린우리당에 내줘도 무방하지 않으냐는 시각도 적잖다. 그래서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가 '무공천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대표 입장은 다르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대권 후보로 한때 대다수 박 대표를 꼽았으나 최근 들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울산 북에서 선전하고 있는 정갑득 후보가 당선될 경우 울산은 명실상부한 민노당 아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9석으로 줄어든 의석을 10석으로 다시 늘려 소속 의원 단독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패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한 민노당이 심각한 시련기를 맞을 수 있다. 울산의 심판이 민노당의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심판일 수도 있어서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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