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은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천재다", "카리스마를 지녔다", "숨이 멎을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다". 한 성악가에게 이토록 강렬한 매력을 발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무대에서 청중을 사로잡기 위해선 50cm 높이의 단상이 필요한 토마스 크바스토프. 그는 임신 중 입덧을 없애기 위해 복용한 신경안정제 콘테르간의 부작용으로 132cm의 단신에 손가락은 7개밖에 없고, 물개처럼 팔 다리가 뒤로 꺾여 손, 발을 뻗을 수도 없었고, 혼자서는 일어설 수조차 없는 탈리도마이드 장애인으로 1959년 독일 힐데스하임에서 태어났다.
갓난 아이 때부터 6개월간 홍역과 볼거리 감기로 병원 신세를 져야했고, 의족을 한 채 운동장을 걷느라 학교 친구들의 조롱에 시달리기가 일쑤였다. 간간이 오는 근육 이상 장애로 공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음대에 입학하고자 하였으나 독일 교육법상의 조건 미달을 이유로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해 법대에 진학해야 했다. 이후에도 은행 홍보실 직원, 라디오 방송국 진행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지극한 정성으로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사랑과 자신의 인생이라고 표현하는 노래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의 편견과 장벽에 맞섰고, 이는 그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줬으며 장애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했다.
그는 어느 순간에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한정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의 신체적 결함이 결정적인 핸디캡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티눈 정도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현재 그는 그래미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콜린 데이비스, 정명훈 등 세계적 지휘자들과 협연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차있는 정상급 성악가로 우뚝 서 있다.
크바스토프는 말한다.
"인생에 가장 뜻 깊은 장면을 펼쳐볼 때마다 부모님을 생각한다. 그분들의 사랑과 믿음 그리고 뒷받침이 없이는 이 같은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무엇보다 내가 행복한 삶을 꾸려가기만 한다면 부모님은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텐데. 정말 이를 위해 그 어떤 경우도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자서전에서는 자신의 처지와 상관없이 주눅 들지 않은 삶의 의지가 느껴진다.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술술 전개되는 내용엔 절절함 같은 가슴 아픔이 없고 담백하고 편하다.
이인숙(대구공공도서관 사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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