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동을 觀戰 포인트

권투선수의 복싱 스타일은 두 가지다. 얻어맞거나 말거나 무지막지하게 파고드는 접근전의 사나이가 인파이터(Infighter). 반대로 상대방과 일정 거리를 두고 틈 날 때마다 주먹을 날리는 '수비형'이 아웃복서(Outboxer)다. 풋워크 즉 발놀림이 뛰어나고, 카운터 블로(Counter blow) 즉 받아치기 연타에 강하다.

프로복싱에서 가장 뛰어난 인파이터는 살아있다면 83세의 록키 마르시아노(헤비급'49전 전승)와 미들-웰터급의 로베르토 두란(77전 62승)을 꼽는다. 최고의 아웃복서라면 역시 '나비같이 날아서 벌같이 쏜다'는 무하마드 알리와 미들급 등 5체급을 석권한 예술적 복서 슈거레이 레너드(40전36승, 25KO승). 이젠 모두 흘러간 주먹들이다.

인파이터에 비해 아웃복서의 KO승률은 60%를 넘지 못한다. 카라스키야에 네 번 다운 당하고도 KO로 이긴 '4전5기의 사나이' 홍수환도 50전 41승에 KO는 겨우 14번뿐이니까.

대구 동을(東乙)에서 세게 붙은 이강철 선수와 유승민 선수는 어느 쪽일까. 아무래도 선거는 '팀플레이'까지 봐야 하니까 '개인전'을 고집하는 이강철은 아웃복서, 중앙당과 총력전에 나선 유승민은 '인파이터'로 분류하는 게 그럴싸하다.

'동을 타이틀 매치'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더 그럴듯해 보일까를 판단하는 관전(觀戰) 포인트 몇 가지를 챙겨 보는 것은 구경하는 데 참고가 된다. 즉 동을 재선거가 노-박의 대리전이냐 아니냐/ 실세(實勢)라고 하는 이강철의 유효기간/ '12대 0'의 이해득실/ 지역발전론과 정권심판론의 타당성/ 공약(公約)과 공약(空約) 등이 호사가(好事家)들의 관전거리다.

우선 이 재선거가 한나라당의 잘못(불법 선거) 때문에 비싼 돈 들여 치러지고 있음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음, 동을 선거는 노-박 대리전인가 아닌가? 이강철 선수 쪽에서야 개인전이라고 우기고 싶겠지만 '정치적인' 앞뒤 사정을 보면 '대리전'으로 보는 것이 더 맞다. 아, 시민사회수석이란 청와대 감투까지 쓰면서 체중 불린 이유가 나변에 있는가.

대구 내려오기 직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해 지하철 3호선 설계비 30억 원 확답받았다"는 스스로의 '입자랑'이 지역 개발 추진력 과시용의 '스리 쿠션'이 아니라면 거짓부렁이다. 노 대통령 얼굴 내미는 건 싫어도 챙길 건 다 챙겼으니 대리전도 맞고 (지역 발전의) 힘도 있다고 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이강철도 실세고 유승민도 박근혜 대표의 실세다. 그럼 두 실세의 '유효기간'은? 이 선수의 유효기간은 아무래도 열린우리당의 재집권 성공 여부에 달렸다. 당선과 재집권이 맞물리면 롱런이지만, 재집권에 실패하면 당선돼도 유효기간이 짧아진다. '11대 1'의 외톨이가 된다. 유 선수 또한 당선되더라도 박 대표의 운명에 따라 실세냐 허세냐 갈림길에 서게 된다. 떨어지면 "동구에 몸을 묻겠다"는 철석같은 맹세도 없었던 일이 될 공산이 크다.

'12대 0'의 이해득실은 지금 어떤가. 완봉승(完封勝)으로 정권을 되찾자는 호소가 타당한가? 글쎄다. '11대 1'이면 대선에서 왜 못 이기는가. 지금 유권자들의 표심은 '12대 0'으로 해줘 봤자 뭐가 돌아왔냐 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원망과 노 대통령에 대한 실망, 이 두 가지로 양분돼 25%의 부동표가 떠다니고 있다. 결국 '혹시나'하는 기대가 어느 쪽에 더 쏠리느냐에 따라 '25%'는 갈라져 갈 것이다.

본지를 통해 이미 알려진 바 후보들의 공약은 빌 공자(字) 공약들도 많다. 서로 큰소리치는 '공공기관 유치'도 흥미 있는 공약이긴 하나 결국 이것도 '돼 봐야 아는'일이다. 수성구나 북구사람들은 지금 입을 다물고 있다. 자꾸만 똑똑해지는 유권자들은 결국 지역 발전론은 한 도시 전체의 발전 문제와, 그리고 정권 심판론은 정치권 전체의 총체적 풍향과 연결된 문제임을 눈치챌 터이다.

이런 의문들을 갖고 TV도 보고 홍보물도 보면서 '진실의 확률'을 찾아내시길 바란다. '인파이터'가 돼야 할 이강철 선수가 노 대통령 때문에 아웃복서가 되고, 여유만만 '아웃복서'여야 할 유승민 선수가 갑작스레 '인파이터'가 된 사연을 들여다 보노라니 우습다.

姜 健 泰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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