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국립중앙박물관 개관을 보며…

지난 10월 29일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의 가족공원 내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실로 60년 만에 명실상부한 우리 박물관이 우리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7만여 평의 대지에 4만 평이 넘는 건평은 세계 여섯째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규모이다.

우리나라에 박물관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부끄럽게도 일본인들에 의해서였다. 조선 총독부 박물관이 기존의 이왕가박물관을 접수하며 문을 열게 된 것이 현재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의 시초가 된다. 해방을 맞이하며 인수받은 박물관은 덕수궁 석조전에서 시작되고 6'25 전란을 거치며 일시 부산으로 유물이 소산되는 아픔도 겪었다. 이후 남산 시절도 거치고 70년대에는 경복궁에 자리 잡기도 했었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경복궁 시절의 건물은 법주사 팔상전과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를 본떠 지어졌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80년대 중반 이후엔 지금은 허물어져 없어진 옛 중앙청 즉 조선총독부 건물에 들어앉은 적도 있었다.

민족의 상징인 경복궁의 기를 누르고자 일본인들이 세운 그 건물은 문민정부 시절에 철거되었다. 애초부터 박물관 용도의 건물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전시실 배치와 또한 일본인이 세운 건물에 우리 민족의 유산을 담아 놓는다는 점이 영 국민 정서와 맞지 않았다. 박물관다운 박물관 건물을 건립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간 수 차에 걸친 이사는 박물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 개인의 집도 한 번 이사를 하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한 국가의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이 이렇듯 자주 이사를 다녔다는 것은 그 어느 나라에도 없었다.

서울 전 지역을 대상으로 박물관 후보지를 물색하여 지금의 용산 가족공원으로 확정되었고, 국제 공모를 거쳐 설계도가 나왔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물이다. 당시엔 박물관으로서 단일 건물로는 가장 크다고 하였다. 공사가 시작되었다. 끊임없는 논란이 계속되었다. 한강이 범람하면 물에 잠긴다든지, 습기가 많아 유물의 보존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등의 우려섞인 논란이었다. 8년의 세월이 흘러 엊그제 결국은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막상 지어놓고 문을 열고 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공사를 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시설과 전시 유물을 갖추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적 개관을 보며 한편으론 지방화 시대에 걸맞은 지방박물관은 앞으로 어떠해야 할까 고민된다. 국립박물관은 중앙을 포함해 12개에 이른다. 춘천, 청주, 공주, 부여, 전주, 광주, 대구, 경주, 진주, 김해 그리고 제주에 국립지방박물관이 소재해 있다. 이들 지방박물관은 나름대로 그 지역에서 전통문화의 홍보와 보급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박물관 추세가 유물의 단순 전시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각종 이벤트성 행사 또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적 자원의 한계로 인해 더 많은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시설과 규모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함과 더불어 지금부터는 지방박물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것이다. 대표성에는 내적인 성숙을 필요로 한다. 중앙 차원의 행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며 그에 발맞추어 지역민들의 단합된 힘은 이러한 지원을 가속화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관람객의 숫자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며 다른 지방박물관에 비해 박물관이나 문화 유적의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대구박물관의 경우 지역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

마침 대구박물관이 수장공간의 확보와 더불어 사회교육관을 새롭게 확장공사 중이다. 지금은 불편하지만 이 공사가 완공되면 규모면에서 한 배 반으로 커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더욱 많은 시민들이 사회교육관을 통한 문화 활동이 가능하게 되며, 이는 또한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다. 그 공간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지방박물관의 모습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아닐까 기대해본다.

서오선 국립대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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