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새가 될 수 있다면
나무가 새가 될 수 있다면
돌멩이가 새가 될 수 있다면
땅따먹힌 땅이 새가 될 수 있다면
검은 비닐이 새가 될 수 있다면
오색 풍선이 새가 될 수 있다면
구름이 새가 될 수 있다면
자유가 자유를 그리워하듯
그대가 눈물뿐인 사랑을 끌어안듯
새가 비로소 새가 되듯
박진형(1954∼ ) '새가 되고 싶은 나'
새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시인묵객들의 단골 테마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인들이 새의 날개를 부러워하고, 새가 장악하고 있는 창공을 선망했었던가요. 새는 알을 까고 세상으로 나옵니다. 이처럼 태어나려는 자는 반드시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합니다. 장자는 새를 인간 본연의 모습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시적 상징으로서도 새는 존귀한 동물입니다. 새의 날개와 노래는 높은 곳에서 인간에게 보내오는 말씀으로 해석이 됩니다. 새는 이따금 아늑한 보금자리를 일깨워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내면의 얼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혹은 안타까운 희생물이거나 유구한 시간의 형상으로 떠오르기도 하지요.
이 시작품에서 새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요즘은 생명 있는 것들도 진정한 생명체의 구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생명 없는 무기물들에서 생명체보다 한결 기운찬 생명력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시인은 작품 속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이 새의 모습으로 바뀌어지기를 갈망합니다. 제 구실을 못하는 꽃과 나무와 돌멩이, 구름 따위가 새의 형상을 하고 날아다니는 상상을 해보십시오. 각박하던 삶이 갑자기 얼마나 즐거워집니까? 땅 따먹힌 땅, 검은 비닐, 오색 풍선 따위도 모두 새의 날개를 달고 지상을 날아다닙니다. 바로 그러한 곳이 우리가 가 닿고자 하는 피안의 세계요, 천국과 극락이 아닐까요?
독자 여러분! 이 시간 이후 여러분은 스스로 한 마리의 새라는 상상을 하면서 기운찬 날갯짓으로 날아보십시오.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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