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원들은 14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동유럽 국가 등에서 테러용의자 수감을 위한 비밀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공식 수사를 요구했다.
유럽의회 의원 수십여 명은 이날 토론에서 구 동구권 회원국의 CIA 비밀수용소에서 불법 구금과 고문이 자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과 관련된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직접 나서 주도적으로 철저한 수사를 해 줄 것을 촉구했다. EU 집행위는 이달 초 25개 회원국과 루마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터키 등 EU 가입 신청국가들도 비공식 조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프란코 프라티니 EU 법무·치안 담당 집행위원은 의원들의 공식조사 요구에 대해 이는 각국 정부의 권한이며 집행위에는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EU 회원국에 CIA 비밀 수감 시설이 있다는 증거가 없으나 만약 그 같은 회원국이 있을 경우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라티니 집행위원은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CIA 비밀 수용소를 설치한 국가가 있다면 "EU의 가치와 규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 사유가 된다"며 "그렇게 심각한 위반은 어떤 EU 회원국에 대해서라도 심각한 정치적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일 CIA가 2001년 9·11테러 이후 동유럽에서 테러조직 알 카에다 용의자들을 수감하고 조사하는 비밀 수용소들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 내외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EU 회원국인 폴란드와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 루마니아에 비밀 수용소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양국 모두 EU 집행위에 자국영토 내 CIA 수감시설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의 인권감시단체도 지난주에 스위스 상원의원 딕 마티를 조사관으로 임명, 비밀수용소 운영 의혹을 조사 중이다. 한편 CIA가 유럽에서 테러용의자를 납치했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CIA가 테러용의자 이송에 스페인 마요르카섬의 공항을 사용했다는 보고서가 스페인 법원에 제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스페인 경찰이 마요르카섬 중심도시인 팔마의 공항에서 CIA가 테러 용의자를 제3국으로 이송하는 데 항공기 3대를 사용했음을 파악했다고 현지 신문 디아리오 데마요르카가 보도한 이후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스페인 중앙법원 관리들은 마요르카섬이 속한 발레아레스 제도의 검찰이 지난 7월 이에 대한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스트라스부르·마드리드로이터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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