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J 정권의 '盜聽 목적지' 밝혀내야

검찰이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 영장을 청구함으로써 김대중 정부의 도청 행위가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저질러졌음이 명백해졌다. 두 사람이 극구 부인해도 같은 날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이 공판에서 이들의 관여를 구체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차례로 '모셨던' 김 전 차장은 "두 원장은 불법 감청 자료를 1년 열두 달 매일 1~2회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신 전 원장이 자신을 만나 "(검찰에서 한) 도청 시인 사실을 번복하라"며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정도 심증이야 갔지만 지금까지 수사만으로도 '도청 공화국'에 산 셈이다. DJ 측은 현 정부를 맹비난하며 펄펄 뛰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조용히 수사를 지켜보는 게 도리다. 아무리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불법 감청 근절을 거듭 지시했다 하더라도 이 지경에 이른 정치 도의적 책임은 DJ에게도 있다. 더욱이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장과 매주 독대한 점에도 국민적 의혹이 쏠리는 상황 아닌가. DJ는 오히려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

여당도 호남 민심 운운하며 두 전직 원장의 사법처리에 물 타기 시도가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일말의 주저함도 없어야겠다. 오로지 진실을 향해 앞만 보고 나가는 게 정도다. 벌써부터 두 전직 원장을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짓는다는 절충설이 떠도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분명 위험을 무릅쓴 도청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추악한 도청의 용처까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 결과도 국민 앞에 보고해야 한다. 특히 신 전 원장은 지난 대선을 거쳐 현 정권의 출범 직후까지 재직했다. 국민은 그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도청의 궁극적 피해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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