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대구 출판문화 살리려면…

출판시장은 어찌 보면 투기성이 강한 곳이다. 쟁쟁한 출판사도 한번 내기 어려운 '대박'을 신생출판사가 그것도 연이어 터뜨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대박'서적은 사회적 트렌드를 절묘하게 읽거나 각종 매체의 선전을 등에 업고 독자의 구매의욕을 집중적으로 자극한다. 이런 책들은 지나치게 일시적 시류에 기댄 책들로 그 생명력은 길어봐야 1, 2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집안이 어려운 때일수록 객지에 나가 '반짝 성공'을 거둔 자식보다는 언제나 집안을 지켜주는 자식이 든든한 법이다. 대구에서는 문학분야가 그렇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대구는 유독 문학부문 신간 판매가 강세를 띠고 있다며 시나 소설 서적은 서울 강남의 대형서점보다 매출이 나은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대구에서는 바로 문학이 든든한 효자라고 추겨세운다. 특히 '우리가 정말 보아야 할' 문학 관련 시리즈는 독자들이 꾸준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런 효자상품을 만들어 내야할 대구의 출판계는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직도 주문(하청)출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고 시집이나 소설단행본을 기획출판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마니아 등 특색 있는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은 더더욱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지역 출판인들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출판분야도 서울 집중현상을 막아내야 한다는 게 우선 과제다. 거품비용을 물고서라도 서울출판사에서 더 유리한 지명도를 쌓으려는 작가들을 기어코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해야 한다. 전국 보급망을 활용할 마케팅도 적극 살리고, 세련된 표지디자인과 수준 높은 원고를 고르는 안목도 절실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대구 출판계의 앞날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구 문단의 풍부한 필진과 저력은 어느 지역에도 밀리지 않는다. 유명작가에게는 다양한 장을 마련해주고 걸출한 신인 발굴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제판, 스캐너 등 출판제작설비 역시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다.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지역의 인쇄시설을 높이 인정하고 있다. 출판문화를 혁신시킨 매킨토시 운영체제가 국내 최초로 도입된 곳도 바로 대구지역이다. 그만큼 인력, 설비 등 출판인프라만큼은 앞서있다는 이야기다.

바야흐로 인터넷이 시간과 공간을 통일해 버린 지금, 언제나 서울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출판 인프라를 살려 독자적 출판문화를 개척해나가야 한다. 경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일수록 출판계는 반대로 기회다. 그럴 때일수록 사회 구성원은 지적충전과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출판계는 그런 사회분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고, 독자가 필요로 하는 책을 출간해야할 것이다. 2005년도 얼마남지 않았다. 대구의 효자상품 몇 권쯤은 잇따라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진규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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