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모방 범죄

군대 이야기는 힘들었던 일들이 인기를 끈다. 엄동설한에 내의 바람으로 기합받던 이야기나 무시무시한 '빳다'도 단골 메뉴다. 모진 매를 맞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던 졸병 시절이 이야기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무도 졸병으로 군대 생활을 끝내지는 않는다. 어느새 고참이 돼 그간 배운 실력(?)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곤 했다. 매와 기합의 전통은 그렇게 이어졌다. 다만 스스로 가해자가 됐던 기억은 지우려 한다.

쪊얼마 전 모 방송국이 방영한 가정 폭력의 한 예는 충격적이었다. 25세의 형이 남동생을 쇠로 만든 아령으로 때려 성한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중학생인 여동생은 아예 방을 함께 쓰면서 성폭행까지 했다고 한다. 어릴 적 알코올 의존증 환자인 아버지에게서 수시로 폭행당한 고통의 기억을 동생들에게 그대로 대물림한 것.

쪊범죄의 대부분은 모방에서 비롯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희대의 사건뒤에는 언제나 비슷한 모방 사건이 잇따랐다.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연쇄 사건은 아홉 번째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됨으로써 영구 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은 연쇄 사건의 절반은 동일범이 저지른 것이지만 나머지는 모방 범죄로 추측하고 있다. 영화나 소설 만화에서 힌트를 얻은 사건도 적잖다.

쪊프랑스 방송사들은 최근 소요 사태의 보도와 관련해 불타는 자동차와 건물 영상을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피해 집계도 보도하지 않았다. 연쇄'상승 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자율적 판단이었다. 피해 집계 보도를 본 소요 가담자들이 스포츠 경기를 즐기듯 경쟁적으로 피해 기록을 깨려고 하는 충동 심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최근 정부'여당이 교복 차림의 학생 폭력을 주제로 한 만화나 영화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쪊모방은 인간의 본능이다. 백지 상태에서 태어나 경험을 통한 모방으로 지식을 배우고 익힌다. 아름답고 멋지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모방이 행동 결정의 단초가 된다고도 한다. 이런 이유로 찬성론자들은 모방'충동 범죄 예방을 위해 창작 표현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론은 창작물 규제는 비현실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학교 폭력은 지구촌 공통의 골칫거리다. 표현의 자유와 모방범죄 예방은 모두 사회적 가치를 지니므로 이 고민은 더욱 진지해야 한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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