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혐한류

자기 민족의 치부에 대해 '추악한 중국인'의 저자 보양(栢陽) 만큼 강도 높은 독설로 통렬하게 비판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1984년 미국의 아이오와 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보양은 중국인의 부끄러운 부분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용(龍)의 자손'임을 자인하는 중국 민족을 중인환시리에 발가벗겨 놓았다.

◇ "중국인은 노예 근성에 젖어 있고 고여서 썩을 대로 썩어버린 '장독의 문화'에 사로잡혀 있다"는 식의 보양의 독설은 중화 민족의 자부심을 깡그리 짓밟는 것이었다. 루쉰(魯迅)의 '아큐정전'을 연상케 할만한 충격이었다. 심지어 일본인들 조차 "동포들에게 미안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중국 대륙은 그의 책을 금서로 규정했다. 중국인들에게 보양은 '용서 받지 못할 자'나 '배신자'로 매도돼도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 그런데 오히려 보양은 중국 386세대를 이끈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장에 칼 끝을 들이대는 듯한 그의 독설 이면의 깊은 뜻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고름이 흐르는 민족의 환부를 통탄하는 양심적 지식인이 감옥에 갈 것을 감수하고 외친 '광야의 소리'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 몇 해 전 일본에서 '추악한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와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추악한 중국인'의 한국판 버전격이랄까. 일본 출판사 측은 박태혁이라는 필명의 한국인이 저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유령 저자가 활개치는 일본 출판계에서 일본인이 가세, 히데아키라는 혐한적 사고를 가진 사람의 자문을 받아 한국인인양 하고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지난 19일자 뉴욕타임스(NYT)엔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만화를 들어 일본의 왜곡된 한'중 혐오 현상을 비판한 기사가 실렸다. 36만 권이 팔린 만화 '혐한류(嫌韓流)'는 "일본이 식민지 시절 한글 보급에 앞장섰다" 식의 왜곡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18만 권이 팔린 만화 '중국 소개' 도 악의적 내용이 가득하다. NYT는 "경제는 물론 외교 문화 분야에서 주도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에 대한 경계심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탈아입구(脫亞入毆) 사상에 젖어 아시아 각국을 무시해 온 일본이 이제 자신을 추격하는 이웃나라들을 내심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말인가. 원래 자신감 없는 사람이 괜히 다른 사람을 악의적으로 비아냥거리고 깎아내리는 법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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