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 마을 집집마다 마당, 마루, 창고 가릴 것 없이 벼 가마니로 가득한 가운데 이를 소진하기 위해 전국의 친·인척을 동원해 쌀팔기에 나서는 등 느닷없이 택배업체들이 바빠지고 있다.
농민들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한해 동안 정성을 쏟아 생산한 쌀이 이제는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모르는 한숨과 걱정거리로 변하면서 판로개척을 위한 농민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농촌지역 택배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 물량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예천 유천면 가동리 등 지역 10여 개 택배사는 요즘 밀려드는 쌀 택배 물량 때문에 하루해가 짧을 정도다. 농가를 찾아 외지로 내보낼 쌀을 차량에 실어 오느라 분주한 때문이다.
물론 이들 쌀 중에는 객지의 아들, 딸에게 보내는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친·인척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공공비축미 수매에 응하고 남은 쌀을 처분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청송읍 송생리에서 쌀 30가마니를 수확한 황모(65) 씨는 "울산과 포항에 사는 딸에게 각각 쌀 5가마니씩을 보내 팔아줄 것을 요청해, 딸은 남편의 직장 등을 통해 쌀을 판 돈을 보내왔다"고 기뻐했다.
6년째 택배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유철(33) 씨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각지로 보내는 택배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농가의 현실을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쌀 40kg 포장 기준으로 8천 원씩의 택배 수수료를 물고도 친·인척과 외지 식당 등에 직접 보내는 농민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
이 때문에 농촌 마을 도정공장들도 물량이 몰리면서 공장 밖에까지 벼 가마니를 쌓아두고 있으며, 야간에도 도정작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일거리가 많아졌다.농민 김모(69·예천읍 가동리)씨는 "농촌에서 돈을 만지는 일은 예전엔 쌀이 가장 손쉬웠는데 지금은 집에 나락을 쌓아 놓고도 돈을 만질 수가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문경읍 당포1리 강병수(53) 씨는 "종전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쌀을 사기 위한 상인들의 발길이 잦았는데, 이젠 이들의 발길이 사라지고 농협 등 RPC에 가마당 4만1천 원씩에 처분하든지, 아니면 도정한 쌀을 외지에 택배로 파는 것이 고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경·예천 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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