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숙지는 7080 열풍…낭만·열정 '추억속으로…'

지난 17일 밤 10시 대구 두산동 '올드 팝스' 카페. 문을 들어서자마자 옛 팝송 '카사블랑카'가 귓가를 파고든다. 중년의 남녀들은 술에 취하고 노래에 취해 있었다. 40대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리듬에 몸을 맡긴다. 동료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을 한다. 동창생인 듯한 남녀들은 우르르 몰려와 하나하나 자리를 채웠다.

이날이 생일이라는 주부 전덕순(47'여'대구 달서구 장기동)씨는 "라이브 음악과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항에 사는 친구들과 찾았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한달에 한번 정도는 올드 팝송이 흘러나오는 카페를 찾는다고 했다.

포항에서 왔다는 오경자(47'여'포항 남구 대이동)씨는 "이곳에선 고등학교 교복입을 당시의 노래가 많이 나온다"라며 거든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만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라이브 노래가 끝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초교 동창끼리 왔다는 김은순(43'여'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우리 같은 중년들은 이런 곳 말고는 갈 곳이 그리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년의 낭만과 추억을 대변하며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7080 카페'들. 그러나 요즘들어서는 최근 날씨만큼이나 움츠려들고 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7080 카페들은 지금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작년 한창 때만 해도 대구에만 100곳을 훌쩍 넘기면서 인기몰이를 했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설사 영업을 하더라도 7080 카페의 특징인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라이브카페 블루노트(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이국남(46) 전무는 "지금의 상황은 붐이 일었던 작년에 비해 많이 못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불경기 탓도 있지만 7080을 표방하는 업소가 너무 많이 생겨 출혈경쟁을 하다 보니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곳이 많다"라고 했다.

정신욱(51) 올드 팝스 사장은 이에 대해 "본래의 7080의 모습인 음악적 순수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창 때 단순히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회관식 라이브 카페로 변질시킨 경우가 적잖았고 이로 인해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2005년 11월 24일자 라이프매일 www.life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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