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민 전용철 씨 死因 규명 주시한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다 뇌출혈로 숨진 농민 전용철(43)씨의 사인을 확실하게 짚지 않고는 농민들의 분노가 어디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59개 시민'농민단체가 참가한 전 씨 사망 진상규명 범국민대책위는 경찰의 폭력을 주장하며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과잉진압 관련성을 부인하며 농민단체와의 합동조사를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어제 범대위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당시 다친 농민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당시 시위는 쌀 협상 국회 비준을 앞두고 농민들이 흥분한 상태였고 이에 따라 경찰의 진압도 매우 강경했다는 것을 잇단 증언에서 알 수 있다. 경산의 40대 농민은 "쌀 개방하면 포도값도 떨어지기 때문에 서울 시위에 갔다가 경찰 방패에 찍혀 실신했다. 사람이 진압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60대 농민은 척수손상으로 사지마비 상태다. 농민단체가 밝히는 당시 부상자는 155명이며 숨진 전 씨도 그 중 하나다. 전 씨는 2차례의 뇌수술 끝에 사망했다.

따라서 경찰의 폭행 개연성은 억지주장 차원은 아닌 것 같다. 경찰이 전 씨를 폭행하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전 씨를 농민 4명이 옮기는 사진, 경찰이 확보한 전 씨의 실신 사진 등의 등장이 그런 정황을 더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정지된 물체에 뒷머리를 부딪쳐 두개골 골절, 뇌출혈 등으로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견을 근거로 극구 부인하고 있다. 경찰의 구타가 아니라 넘어져 숨졌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농민단체와 경찰의 주장이 엇갈리는 판이니 신뢰할 만한 제3의 기구에서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옳다. 거기에는 농민단체가 요구하는 어떤 방법과 절차도 인색하게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가뜩이나 쌀 개방으로 격노한 마당에 전 씨의 죽음마저 어물쩍 넘기려 하는 것은 성난 농민을 더 궁지로 모는 격이기 때문이다.

어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전 씨의 빈소를 찾아 개인적인 유감을 표명했을 뿐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일이면 또 농민들의 대규모 상경집회가 있다고 한다. 자칫 어물쩍거리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를 맞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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