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祖孫가정 학생 결석에 수소문…병원에 옮겨

문경 신기초교 대성분교 김영식 교사

제자의 생활까지 하나하나 챙긴 선생님이 일가족의 목숨을 구했다.지난 23일 아침, 옛 탄광 마을인 문경시 호계면 견탄리 신기초등학교 대성분교장의 김영식(57) 교사는 4학년 홍모(10) 군이 등교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김 교사는 이날 아침 8시40분쯤 홍군의 집에서 30m 떨어진 곳에 사는 홍군의 친구 어머니에게 확인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어머니는 '집에 아무도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수업을 하면서도 홍군의 행방이 궁금했던 김 교사는 10시 30분쯤 다시 친구 어머니에게 부탁을 했지만 '집이 비어있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어 김 교사는 서울에 출타 중인 홍군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홍군이 혹시 조부모와 함께 서울에 갔는지를 물었지만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오후 본교에서 방학계획회의에 참석하기로 돼 있어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불안했던 김 교사는 다시 친구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홍군의 집에 가 방문을 열고 확인해 줄 것을 부탁했고 30분 뒤 그 어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홍군과 조부모 등 3명이 단칸방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돼 쓰러져 있다'고 알려왔다. 김 교사는 119에 신고하는 한편 홍군의 집으로 달려가 소방대원들과 함께 홍군의 가족을 문경제일병원으로 옮겼고, 이들은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가장 심했던 할머니(68)도 26일 오전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주민들은 "홍군의 집이 학교에서는 3km 떨어져 있고 마을에서도 외딴 곳이어서 김 교사의 지속적인 관심이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김 교사에게 고마워했다.김 교사는 "가정형편 때문에 생활보호 대상인 할아버지 집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홍군은 구김살이 없고 공부도 잘한다"며 "빨리 회복해 웃는 얼굴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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