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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칼럼] 占·관상보다는 심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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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해가 동쪽에서 뜰 건지 서쪽에서 뜰 건지 알아보려고 점(占)집을 찾아가는 바보는 없다. 보나마나 해답이 분명하고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일 일이 불투명하고 미심쩍고 불안한 세상이 되면 사람들은 점이나 관상, 사주 같은 걸 좇게 된다.

병술년 해가 바뀐 이 시점에도 전국에서 45만여 명의 역술'무속인들이 약 2조 원 규모의 '운세 사업'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인터넷에는 역술 사이트가 150여 개나 성업 중이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3년간 참여정부 들어 실업, 경기 침체, 과거 캐기 등으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점집과 운세 서비스 매출은 급증 추세다.

인터넷 사주를 전문으로 운영하는 S회사는 점 쳐주고 버는 매출 수입의 올해 목표액이 90억 원에 이른다. 사이버 부적도 판매한다. 인기있는 인터넷 점술 아이템은 해외 수출 계획도 하고 있다.과열된 역술 붐을 타고 대학가에도 역술 관련 학과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W디지털 대학교는 관상 강의를 하는 '얼굴 경영학과'를 개설, 신입생 모집까지 마쳤고 D대학의 장례풍수학과 S대학의 풍수명리학과 등 10여 개 대학이 경쟁적으로 역술 분야 학과를 개설 또는 준비 중이다. 기업도 뒤질세라 점집 운영 서비스 경쟁이 불붙었다. 대형 소매점이나 영화관에는 카드점집이 입점해 있고 백화점까지 점 봐 주는 이벤트를 수시로 열고 있는 판이다. 서울 강남에는 '무속 종합 쇼핑몰'이 점집을 분양 중이다. 이 정도면 가히 온 나라가 역술과 무속의 광풍에 휩싸여 민심이 허공에 겉떠돌고 있는 듯한 형세다.

소득 1만 달러 나라의 국민이 연간 2조 원의 돈을 점치고 관상 보고 부적 사고 점집 분양받는데 펑펑 쓰는 나라라면 분명 정신적으로 온전한 나라라고 보기 어렵다. 온 나라가 정신이 온전치 못해 보이는 것은 백성 탓인가 정권 탓일까. 국민으로서야 세상이 안정되고 내일이 예측 가능하고 실업 적고 먹고 입을 것만 족하면 굳이 아까운 돈 점집에 갖다 바칠 일이 없다.

그렇게 보면 앞날도 캄캄 모를 지경인데 거꾸로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나 캐내 공연한 불안을 키우고 제 돈 들여 몇십 년 학교 키워 놓고 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사학법 바꿔 미래 예측을 불가능케 하는 나라 쪽이 더 온전치 못한 것 같다.

앞으로 사학을 설립할 때는 행여나 누가 학교 뺏어갈 일이 있을까 없을까 점괘를 보고나서 학교 짓고, 시위 현장에 나가는 경찰은 막으면 옷벗을 일 생길지 도망가면 옷 안 벗을는지 당일 관상부터 보고 출동하는 세상이 된다면 코미디 같은 나라가 아닌가. 부시 대통령은 이마 주름이 눈을 치켜뜨면 6개 정도가 된다. 그럴 경우 관상학적으로는 재임 내내 골치 아픈 일이 끊이질 않게 돼있다. 이마 관상 탓일지 모르나 취임 직후 9'11 테러에서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계속 나라가 테러 등으로 수선하다.

우리 대통령께서는 이마에 보톡스 주사로도 해결 안 되는 큰 한일자 주름이 있다. 3년 내내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할 만큼 골치 아픈 일을 많이 겪고 계신다. 탄핵도 당해봤다. 그래도 새해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관상은 음성의 운세, 손금의 운세와 같이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운기가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없어지고, 아무리 관상이 모자라도 마음 닦고 노력하면 운기가 살아난다. 마음 쓰기 따라 생각 바꾸기 따라 관상도 변하고 운세도 뒤바뀌는 것이다. 그러한 심상(心相)이야말로 모든 점과 사주와 관상을 뛰어넘는 운기(運氣)의 열쇠다.

병술년에는 정치 지도자들의 심상이 확 바뀌기를 기대해 보자. 그들의 심상이 좋아지면 나라 살림이 펴질 것이고 나라 살림이 펴지면 백성 살림이 펴지고 그러면 백성들이 2조 원씩 들여가며 점집 찾아갈 일도 없지 않겠는가.독자 여러분께도 건강한 심상을 닦아 운세 좋은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드린다.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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