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박람회 등을 계기로 또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중국을 빼놓고는 더 이상 세계경제를 얘기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세계경제는 연초 다시 중국 위안화 절상시기와 폭에 따라 출렁거릴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이 어떤 사회로 가고 있는지 중국인들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다. 중국이 지향하고 있다는 '샤오캉'(小康·중산층)사회로 가는 길이 가까워 보이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은 엿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언론재단 후원으로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사회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본사 서명수 기자의 중국체험담을 통해 중국의 여러 단면을 짚어본다.
2005년 중국의 최대뉴스는 중국의 두 번째 유인우주선 '선조우(神舟) 6호' 발사였다. '신의 배'라고 이름 붙여진 중국의 우주선은 '중화민족주의'에 불을 붙이면서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중국은 예로부터 황제를 천자(天子)라 칭하며 하늘을 대신해서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으로 여겨왔다. '神舟'는 그런 점에서 신중화주의와 연결돼있다.
이어 발표된 2007년 달 탐사 및 우주유영계획, 우주정거장건설계획(2010~2012), 최초의 여성우주인탑승계획 등은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3대 우주강국'이라는 점을 재삼 확인시키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폭주기관차처럼 지칠 줄 모르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가경쟁력을 다각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우주선발사는 '우주정치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도의 정치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주선발사 전날(10월 11일) 베이징에서 폐막된 중국공산당 제16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는 2006~2010년간의 경제계획의 골간을 담은 '제11차 5개년계획(11·5계획)'을 확정시켰다. 우주선 발사성공으로 들뜬 12일 저녁 난징(南京)에서는 '제10회 전국운동회(전국체전)'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예행연습처럼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어 15일에는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티베트지역을 철도로 연결하는 '세기의 역사(役事)'라는 '칭장(靑藏)철도'(칭하이성의 거얼무-티베트 라싸를 잇는 연장 1천142㎞)가 완공됐다. 선조우 6호 발사를 전후한 일주일 사이에 중국의 향후 5년간의 경제개발플랜과 서부개발의 상징,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행사를 절묘하게 배치한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이 12월 말 잠정집계한 200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4%.
지난 2001년 이후 올해도 8.8%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난 7월, 전격적인 위안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는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는 고속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94년 이래 11년째 연평균 9%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경제규모면에서 2004년 세계 7위에서 2005년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을 제치고 미국과 일본, 독일에 이은 세계 4위로 올라섰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5.0%의 당초 예상치에서 크게 하락한 3.9% 성장(2005년)에 그친 한국경제와 비교되는 수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 중 10년 이상 장기간 8%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중국밖에 없다. '11·5계획'기간인 2006년에서 2010년까지 8.0~8.5%의 성장을 이어가는 한편 2020년까지 연평균 8.0%이상의 성장률로 일본을 제치겠다는 것이 경제강국 중국의 야심이다.
중국은 더 이상 '만만디(慢慢地)', '만만라이(慢慢來)'의 나라가 아니다. '만만디'는 이제 중국인의 미덕이 될 수 없다. 자본주의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판을 치는 중국에서는 '시장'과 '성장'과 '효율성'이라는 단어가 박수를 받고 있다. 모두들 '바오파후(爆發戶)'라고 불리는 신흥 벼락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있다.
중국 정부도 경제성장의 속도에 신경쓰지 않는다. 질주하는 자전거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낙관적인 전망 때문이다. 중국이 '11·5계획'이전부터 시작된 서부대개발프로젝트는 물론 헤이룽쟝(黑龍江),지린(吉林)성 등 동북3성 개발에 집중하겠다거나 국민연금(개인양로금) 등 사회보장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중국경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제서야 분배문제와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변화된 경제운용방식을 중국인 스스로 '정여처녀(靜如處女), 동여탈투(動如脫兎)'라고 표현한다. '가만히 있을 때는 조신한 처녀와 같지만 움직일 때는 토끼처럼 민첩하다'는 뜻으로 (중국은) '상황을 잘 파악하면서 적절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연초 최종 확정시킬 '11·5계획'은 △고령화와 저출산 △사회복지 △에너지문제 △재정적자 및 △ 미래성장동력 발굴 등 5과제 당면과제를 포괄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당면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가가 된 현재시점에서 중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전략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중국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의존형' 경제구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중국은 기회있을 때마다 한·중관계를 상호협력하고 발전하는 '호리공영(互利共영(이가남을 영))'관계라고 말한다. '서로 이익을 얻고, 윈윈(win-win)하는 파트너십관계'의 중국식 표현이다.
중국의 진심도 그럴까.
지난해(2005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 각료회의에 참석한 정부의 고위각료가 보시라이(薄熙來) 중국상무부장(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나눈 대화는 한·중간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보시라이 부장은 그에게 '서울에서 베이징에 오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항공요금은 얼마인지'를 물었다. 우리 각료가 베이징까지는 2시간도 걸리지 않을 만큼 한국은 중국의 가까운 이웃이라고 대답하자 보시라이 부장은 "서울-베이징 간은 베이징- 상하이 간과 비행시간이 비슷한데 요금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 간의 국내선 요금은 1천 위안(한화 13만 원)안팎. 그는 "5년내에 서울-베이징 간 요금을 이 수준으로 내려 양국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게 어떠냐"며 가볍게 제의했다.》
우리 정부 고위인사가 보시라이 부장의 발언에서 '한국을 상하이경제권처럼 중국 경제의 한 축으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중국 측의 전략을 파악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장이 던진 가벼운 농담 한마디는 중국의 전략을 철저하게 파악, 두세 발짝 앞서나가지 않으면 중국에 종속될 수도 있다는 냉혹한 동북아경제권의 현실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준 셈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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