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따라잡기-콜금리 인상과 경제

12월 초 한국은행이 올 들어 두 번째의 콜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은 여러 가지 경기선행 지표들이 경기 호전의 조짐을 보여 내년 국내 경기의 호전이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을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 동안의 유가 급등 우려 등이 수그러지면서 세계적인 무역 여건이 개선돼 수출업체들을 중심으로 내년도 경제가 안정 성장의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금리 인상의 이유였다. 연간 총 0.5%p(0.25%p씩 두 차례)의 콜금리 인상은 그동안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적잖은 파급 효과를 몰고 올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랜 망설임 끝에 하반기 들어 두 차례나 콜금리를 인상한 것은 국내외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거푸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경제 규모 면에서 약세인 한국의 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 국내 투자된 해외 자본들의 유출 우려가 커졌다. 국내적으로는 고수익을 좇아 떠다니는 시중 부동자금들이 거푸 주택 시장으로 몰리며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내고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성장 과실을 잠식하는 등 사회·경제적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버블을 예방, 또는 그 정도를 줄이기 위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듭됐다. 부동산 투기 붐이 일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논리도 분명히 있다.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부담을 증가시켜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 상황이 나쁜 기업들이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인한 부담을 상품 가격에 반영,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반대자들의 논리다.

왜 콜금리를 인상해야만 했는지, 콜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오는지, 그리고 예상되는 파장은 어디까지인지 등 다각도로 살펴보자.

◇ 콜금리 인상의 의미

콜금리란 금융기관 간에 오가는 단기 자금의 금리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콜금리 인상은 금융기관의 조달금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결국 전반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이용해 전반적인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 개입 방식을 활용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콜금리 조정은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이 제한된 금융 당국이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금융 당국으로서 중앙은행 못지않게 정부 경제관련 부처들로서도 유용한 정책 수단이기 때문에 종종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콜금리 조정 문제를 놓고 의견 대립을 보이기도 한다.

◇ 금리 인상의 시기 및 폭 선택의 기준

이번 콜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전부터 국내외적인 상황으로 비춰볼 때 인상의 시기나 인상폭이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우리보다 앞서 금리 인상에 나선 미국 역시 인상 이유로 경기 호전 전망과 그에 따른 내년도 물가 인상 가능성을 들었다.

경기가 호전되면 일반 가계의 소비 여력이 증가해 이를 저축으로 흡수하지 못할 경우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 여력의 증가는 곧 투자 여력의 증가로 이어지며, 이때 금융 상품의 수익성이 낮으면 투자 여력이 현물 투자로 연결돼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이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만 소폭 인상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대출금 상환과 금융 상품 투자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가 부진할 때에는 기업의 투자 역시 위축되므로 저금리 정책을 써서 기업의 투자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주고 시중 자금의 유동성 또한 높여주게 된다.

그 동안 국내의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투자 역시 부진을 보여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그에 따라 부동 자금이 생산적 투자 자금으로 환원되지 못하고 부동산 투기에 과도하게 몰려들었다. 그 바람에 경기 부진 속에서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은 크게 상승해 다시 금융 상품을 처분하거나 무리한 대출을 받아가며 부동산 투자로 나서도록 유인하는 악순환의 요인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경우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한 당국이 미국의 거듭되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규모가 과도하게 커진 부동자금은 눈덩이 굴러가듯 가속도를 붙여가며 그 덩치를 더 부풀렸다. 때문에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자금은 더욱 더 투기 시장으로 몰려드는 상태여서 빠른 금리 인상 요구가 점증했다.

◇ 기대 목표와 영향의 범위

콜금리 인상이 발표되자 그날 당장 채권 시장이 추가 인상을 우려해 수익률 폭등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3차 콜금리 인상은 당분간 유보하겠다는 한국은행 박승 총재의 발언이 뒤따르자 다시 급락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곧 채권 매매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처럼 금리 인상에는 채권 시장이나 주식 시장과 같은 증권 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채권 시장은 당장 채권 자체의 수익률 변동에 투자 관심이 쏠리는 반면, 주식 시장은 투자 자금의 주식 시장 '집중도 변화'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살피며 반응한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들어 1차로 콜금리를 인상했을 때만 해도 은행 상품의 금리 변동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2차 콜금리 인상이 발표된 후 1주일 만에 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뒤따라 정기 예금 금리 등 예금 금리도 은행 간 경쟁적으로 인상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CD 연동 금리 등 변동 금리 대출을 받은 개인들은 고정 금리 대출로 바꿀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은 고정 금리가 변동 금리에 비해 더 높아 실질적인 갈아타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편 금융 시장의 전반적인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초래하게 돼 일단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품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소비가 부진한 상태에서 가격 인상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 및 가계의 부채 규모가 큰 상태에서는 대출 금리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대출금 상환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집중하게 되므로 한동안 소비 위축이 더 심해질 수도 있어 기업의 상품 가격 인상 결정은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금리 인상이 상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런 사이클이 경기 회복의 사이클과 맞물리면 경기 전반은 보다 활기를 띠게 되지만 그 사이클이 서로 어긋나게 되면 자칫 심각한 불행을 불러올 위험도 있다. 그래서 금리 변동의 시기를 선택하고 그 폭을 결정하는 데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콜금리

주로 은행, 보험, 증권업자 간에 이루어지는 초단기 대차(貸借)에 적용되는 금리.

금융기관들도 영업 활동을 하다 보면 자금이 남을 수도 있고 모자라 급하게 필요한 경우도 있다. 금융회사끼리 남거나 모자라는 자금을 30일 이내의 초단기로 빌려주고 받는 것을 '콜'이라 부른다.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바로 콜금리이다.

-2004학년도 숙명여대 수시 인문계열

요즘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가 없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데, 낮은 금융비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기업들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003학년도 고려대 수시 이공계열

자신이 한국은행 총재라면 현재의 금리를 올릴 것인가, 아니면 내릴 것인가?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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