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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너는 어제 세배 왔었는데 오늘 또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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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성주군 고향 시골 마을. 1960년대 내고향에서는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정답게 살면서 설이 되면 아이들부터 중반에 어른들까지 세배 다니는 풍습이 있어 어린 우리들도 삼삼오오 모여 세배를 다녔다.

동네 한 가운데 큰 기와집은 평상시 대문이 굳게 닫혀 마을 사람들이 왕래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설이 되면 보름까지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세배 손님을 맞이하였다.

이 부잣집에 세배를 가면 다른 집에서 먹기 힘든 땅콩 강정, 참깨 강정, 찹쌀 강정 등을 먹을 수 있어 너무 좋았던 것이다.

세배를 하고 나면 아이들한테도 음식이 차려나왔는데 나는 주인 눈치만 봐 가며 추진것부터 설금설금 먹다가 주인이 고개만 돌리면 맛있는 땅콩 강정, 찹쌀 강정을 호주머니에 넣기 바빴다. 호주머니에 든 강정을 아끼고 아껴서 이불 속에 숨어서 누나와 여동생 몰래 먹던 그 맛을 아직도 잊지못한다.

이튿날 옆집 기옥이가 부잣집에 세배 간다기에 나는 또 따라 갔었다. 그런데 주인어른이 "성필이 너는 어제 세배 왔었는데 오늘 또 왔나?"

"아닙니다, 세배 왔는기 아이고예, 기옥이가 개가 무섭어 못 온다고 케서 데리고 왔으∼예" 하며 맛있는 강정을 얻어 먹었던 일이 지금도 추억으로 남아있다.

정성필(대구시 달서구 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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