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홀. 내한 공연을 갖고 있는 프레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렌트' 공연 현장을 찾았다. 서울 올림픽홀은 지난 10년 간 단 한 차례의 해외 투어도 하지 않았던 '렌트' 오리지널 멤버의 내한 공연을 보기 위한 뮤지컬 마니아들의 열기로 가득했다.'렌트'는 지난 1996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무대에 올라 이후 10년간 25개국에서 15개 언어로 공연된 작품.
무대는 직선의 느낌이 지배했다. 엘리베이터, 계단 등 무대에 올려진 도구는 직선과 직선이 만나는 사각을 유지했고, 재질 또한 철을 많이 써 차갑고 어두운 느낌을 던졌다. 이는 뉴욕 이스트 남쪽 빌딩 주위를 거주지로 삼은 뉴욕의 뒷골목 인생들, 즉 에이즈 환자, 게이, 마약 중독자들의 모난 인생을 대변했다. 유독 무대 오른쪽 위에 떠있는 달만이 곡선 이미지를 담아 어둠에 대항하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희망'을 비췄다. 극이 끝날 때까지 무대세트의 변화는 없었다. 노래와 배우들의 연기, 조명만이 나머지 모든 것을 채웠다.
음악감독 겸 연출가 데이비드 트루스키노프는 "렌트는 무대 변화를 통해 극의 효과를 높이는 다른 뮤지컬과 차별화했다. 이것으로도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충분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이는 렌트가 완성도 높은 뮤지컬로 인정받는 비결"이라고 했다.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했다. 그러나 오페라 '라보엠'이 선율을 강조한 아리아로 중후한 멋을 풍긴다면 뮤지컬 '렌트'는 탱고, 발라드, 가스펠, R&B 등 현대적 음악이 작품에 녹아 이야기를 끌었다.
새로운 곡을 써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로저에게 성냥을 빌리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아래층 미미. 로저와 미미는 한눈에 호감을 갖지만 미미를 집 밖으로 내몰아야 하는 로저의 눈빛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피해보려는 복선을 깔고 있다. 원작 오페라 라보엠이 미미의 죽음으로 극을 마무리짓는다면 뮤지컬 렌트는 미미를 살려놓는다. 이런 면에서 렌트는 다분히 미국적 성향이 짙다.
미미가 위태로운 계단 난간 위에서 부르는 '아웃 투나잇', 남자 주인공 로저가 죽어가는 미미를 위해 곡을 쓴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무대가 파하고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게 했다. 160분의 러닝타임 동안 무대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다만 극의 흐름이 빨라 자막으로 극의 줄거리를 쫓기는 어려울 듯하다.
2월 2~5일 오후 7시 30분(토·일 오후 3시, 7시30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관객을 만난다. 더블캐스팅된 미미 역의 막문위는 2~5일 오후 7시 30분, 도미니크 로이는 4·5일 오후 3시 무대에 오른다. 3만3천~9만9천 원.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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