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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위폐(僞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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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 전설 속의 도깨비방망이는 일확천금을 바라는 사람들의 꿈이 담겨 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쏟아 내는 이 방망이는 그러나 이 세상 물건이 아니다. 도깨비방망이의 세계에는 씨 뿌려 거두고 땀 흘려 얻는 사람 세상의 이치와 약속, 질서가 담겨 있지 않다. 환상이고 허망한 꿈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 환상은 인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온다. 위조 화폐는 그 전형이다.

◇위조 화폐의 역사는 화폐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옛날엔 금'은이 돈으로 사용되던 시절 위조는 무의미했다. 그러나 종이 돈이 나오면서 위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조폐 기술과 위폐 기술은 창과 방패와 같다. 경제적 가치가 없는 종이를 순식간에 황금으로 바꾸는 위폐 기술의 발달로 인한 폐해는 역사 속에 자주 등장한다. 중세 중국에서는 뛰어난 위조범을 조폐 기관 직원으로 특채하기도 했으며, 위폐로 골머리를 앓던 영국 왕실은 의심 가는 조폐 기관 직원 100여 명의 손목을 자르기도 했다.

◇간혹 잘못 만들어진 화폐도 나온다. 영국에서 찍어 낸 100원권에 '독립문'이 '득립문'으로 인쇄된 예도 있었다. 우리 돈을 찍어낸 영국 조폐 기관이 한글을 알지 못했던 탓이다. 규격이 맞지 않고 직인이 빠졌거나 인쇄가 잘못된 돈이 시중에 나오는 순간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런 잘못된 돈은 수집가들에게 최고의 선호품이다.

◇최근 새로 나온 5천 원권의 위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만들려면 액면가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이 들어 위조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설 대목을 맞아 만 원짜리 위폐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뭉칫돈이 오가는 재래시장이나 도매시장에서 주로 나온다. 이들 위폐는 위조 방지용 은색띠를 갖추는 등 전문가도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조폐 당국과 경찰은 지폐 교환 시점이라 위폐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위폐 문제로 빚어진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한국과 미국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정확한 증거와 자료를 요구하는 우리 정부와 자국 이익을 해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2차 대전 중 독일이 영국 파운드화를 위조한 기록을 빼면 국가기관이 위폐를 주도한 예는 흔치 않다. 북한 정부의 위폐 제조 혐의가 한반도를 긴장하게 만든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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