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쌍춘년

언 땅을 녹이고 물고기가 얼음장 밑을 헤엄친다는 '입춘(立春)'은 새해의 상징이자 계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절후가 얼마나 절묘하고 신기한지, 이날이 되면 '사방에서 겨울이 걷히는 소리가 풋풋하게 들린다'고 노래한 시인도 있었다. 더구나 오랜 경기 침체로 마음이 몸보다 더 얼어붙었던 사람들은 이제 모레면 한 해의 무사태평과 풍요 등을 기원하면서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입춘첩을 써 붙이기도 하리라.

◇옛날 농경사회 때 이날이 오면 집안 분위기마저 달라졌다. 아낙들은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남정네들은 겨우내 넣어둔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면서 한 해 농사를 대비했었다. 소를 보살피고, 재거름을 부지런히 재웠으며, 뽕나무 밭에 오줌을 줬다. 뒷간을 퍼서 그 인분으로 두엄을 만들기도 했다. 농사의 시작이 바로 이때부터였으며, 이날 받아둔 물을 부부가 마시고 동침하면 아들을 낳는다 해 그렇게 하기도 했다.

◇중국의 유명 연회식당들이 올 들어 '즐거운 비명'이라 한다. 병술년 개띠 해에 결혼하려는 예비부부들로 예약 만원 사태를 빚고 있으며, 특히 주말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성화는 올해엔 입춘이 두 번이나 든 쌍춘년(雙春年)이므로 가장 길(吉)한 해로 여기는 탓이란다.

◇이번 음력 개띠 해는 지난 1월 29일부터 2007년 2월 17일까지다. 이 때문에 올해와 내년의 2월 4일이 절기상 각각 입춘이며, 음력으로 한 해에 두 번이나 봄이 시작되는 해가 되는 셈이지 않은가. 게다가 올해 개띠 해는 7월 윤(閏)달이 끼어 있어 한 해가 무려 385일에 이르기도 한다. 음력으로 한 해가 이처럼 긴 경우는 기원전 221년부터 서기 2100년까지 2300년 동안 12년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해이기도 하다.

◇윤달도 그야말로 보너스다. 예로부터 이런 달을 '썩은 달'이라고 해서 '하늘과 땅의 신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쳤다. 그래서 윤달에는 불경스러운 행동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고 믿기도 했었다. 아무튼 올해는 중국인들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특별한 해임엔 틀림없다. 입춘을 맞으면서, 또 한 번 더 맞을 입춘도 우리에게 각별한 국태민안(國泰民安)과 '삭막한 삶의 새 봄'을 가져다주길 기원해 본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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