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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사람 김진하씨의 '바다의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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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마. 어촌이 노령화되고 인력난 때문에 선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여자들의 승선을 묵인하고 있지 옛날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야. 부정 탄다고."

바다 일로 잔뼈가 굵었다는 김진하(71) 할아버지는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여자들이 배를 타면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든가 조난 등 뱃길 안전 운항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뱃머리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고 기억했다.

김 할아버지의 말처럼 선원 난, 조업경비 증가, 어황부진 등 어업환경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변한 게 사실. 울진군청 수산과에 따르면 현재 후포와 죽변항 등 울진지역에서는 부부가 함께 조업에 나서는 어선이 무려 70여 척. 군내 어선 720척의 근 10%에 해당한다.

아줌마 어부가 늘고 있는 만큼 이젠 어부(漁夫)를 어부(漁婦)와 함께 사용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아직도 어촌에는 뿌리 깊은 금기사항이 적잖게 남아있다.

김 할아버지는 "배 건조 후 첫 출어를 할 땐 부부 행위를 금하며 머리와 손톱을 깎지 못하게 했지. 그리고 언제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는 출어 일을 받으면 이웃에 초상이 생겨도 문상하지 않고 상여 운구도 사람을 사서 대신 하게 했지. 어디 그뿐이야. 출어 중 집안에서 아이를 낳게 되면 3·7일간 집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도 있어."

실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웃음으로 대신하던 김 할아버지가 전하는 금기사항은 △출어 직전에 여자가 앞을 지나면 출어를 포기한다 △선내의 쥐는 조업 중에 잡지 않는다 △쇠붙이를 조업 중 바다에 버리는 것은 배의 침몰과 연관되므로 금지한다 △출어 시 달걀을 배에 싣지 말아야 하며 조업 중에도 달걀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민들 생계의 바탕이 되는 바다에서는 자연의 위험앞에 고스란히 놓여져 있는 만큼 안전과 풍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런 금기사항은 안전과 풍어에 대한 어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나 의지 정도로 이해하면 될 거야." 울진·황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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