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적도의 땅' 케냐의 유일한 동계올림픽 선수 '눈길'

'눈(雪)' 이라고는 눈(眼) 씻고 찾아봐도 없는 아프리카 '적도의 땅' 케냐에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노르딕스키 크로스컨트리 10㎞에 도전하는 필립 보이트(33).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케냐 대표팀의 유일한 선수다.

보이트의 동계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에 케냐 선수로는 처음 출전했고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대회에도 참가했다. 세번째 출전인 이번 대회에서도 나름대로 성공을 꿈꾸고 있다.

보이트는 7일(한국시간) AFP와 인터뷰에서 "토리노에서는 다른 아프리카 스키어들만은 꺾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고 나 자신의 실력도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보이트는 케냐에서 육상선수 배출로 유명한 마을인 '엘도레트'에서 자랐다. 그의 사촌이자 1970년대 육상 800m 달리기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마이크 보이트도 이 마을 출신이다.

육상에서 사촌 마이크의 실력에 한참 못미쳤던 보이트는 군에 입대하며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듯했다.

하지만 전 케냐 육상대표팀 마이크 코스게이 감독은 보이트를 눈여겨 봤으며 1995년 자신이 핀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갈 때 보이트를 데리고 갔다. 크로스컨트리를 배우게 해 케냐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시키기 위해서 였다.

보이트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추운 날씨에 힘겹게 적응하며 훈련을 계속했다. 그는 "추운 날씨에 무척 당황했다. 심지어 이처럼 혹독한 추위에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아 케냐로 돌아갈 생각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나가노대회에서 보이트는 수차례 넘어지며 꼴찌를 했지만 금메달리스트인 노르웨이출신 스타 비요른 달리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보이트보다 20분이나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달리가 다시 돌아와 코스를 완주한 그를 껴안으며 격려해줬기 때문이었다. 보이트는 아들 이름까지 달리의 이름을 따서 짓기도 했다.

4년 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보이트는 달리의 격려에 힘입어 전체 77명의 선수 가운데 66위를 기록하며 꼴찌를 면했다.

보이트는 "내가 동계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케냐가 육상 뿐만 아니라 겨울 스포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현 시점에서 많은 나라들은 전통적 강세 스포츠에서 벗어나 종목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내가 그런 길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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