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후두염 등 기도 윗부분(상기도) 감염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위험 수위다. 대부분의 감기 환자가 찾는 동네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5% 미만에서부터 100%에 육박하는 곳까지 천차만별이다. 9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상기도 감염 환자에 대한 동네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평균 61% 수준이다. 그러나 건강 당국은 2차감염으로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를 15~30%로 본다. 필요치보다 2~4배 높다는 말이다.
항생제 남용의 위험은 내성이 높아져 갈수록 고단위의 항생제를 써야 하는 악순환에 있다. 의학계에서는 항생제로 이길 수 없는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의 국내 감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3세대 항생제로 불리는 반코마이신은 황색포도상구균과 폐렴구균에 대한 최후의 방어선이다. 그러나 이마저 듣지 않는 내성균이 급속도로 확산돼 새로운 치료약의 개발 없이는 대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고 한다.
감기에 대한 항생제 투여는 의학계에서도 회의적이다. 지난해 보험공단 등이 실시한 조사에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감기환자에게 항생제 투여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감기는 시간이 필요하고 자연 치유도 적지 않은 줄 뻔히 알면서도 마구잡이로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는 셈이다.
항생제를 얼마나 쓰느냐 만으로 모든 병원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용의 위험을 뻔히 알면서도 필요 이상의 항생제 처방은 빨리 낫겠다는 환자들 욕구 편승 때문이다. 센 처방이 당장은 유능한 의사로 대접받게 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더 강한 질병으로 내모는 처사나 다름없다. 내 자식, 내 가족이 감기환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능한 한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는 의사들의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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