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 및 준공영제 이튿날인 20일 출근길. 시민들은 엉터리 버스노선에 화가 치밀었고, 들쭉날쭉 배차간격과 무법천지 버스전용도로에 가슴을 쳤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9시까지 중구 밀리오레 앞. 환승정거장 포함 정류장이 3곳이나 되고 버스노선만 23개에 달하지만 도대체 어디서 어떤 버스가 서는지 헷갈리기만 했다.
김연순(47·여) 씨는 "'급행1' 버스를 타야 하는데 정류장이 어디냐"며 당황스러워 했다. 뮤지컬페스티벌 행사안내 깃발에 가려 급행간선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던 것.
버스도 제멋대로. 노선도대로라면 분명 한일극장 앞에 서야 할 939번 버스가 밀리오레 앞에 잘못 서기도 했다. 이곳 버스들은 예전처럼 아무 정거장에나 마구 서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한 아주머니는 10분간 정류장을 오가다 결국 택시를 잡아탔다.
비슷한 시각 북구 종합유통단지 전자관 앞 버스정류장. 박남익(64) 씨와 이남순(42) 씨는 ' 상단은 503번, 623번, 653번, 937번, 순환2번, 순환2-1번인데 반해 하단은 623번과 653번, 순환2번이 빠지고 706번과 939번, 북구2'로 바뀐 노선도를 보고 당황해 했다. 대구시 버스노선안내시스템에도 하단으로 표시돼 있지만 실제 확인 결과 상단이 제대로 된 노선도.
버스기사들은 그들대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기는 마찬가지. 버스기사 고조호(53) 씨는 "버스기사가 바뀐 노선을 모른다고 타박하지만 직접 운행하지도 않는 노선을 다 외우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9개 간선과 1개 급행 노선이 지나다니는 출근 시간대 대구은행 본점에서 수성교 사이 버스정류장은 엉터리 배차시간과 무법천지 버스전용차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대구시가 잠정 확정한 급행노선의 배차간격은 10분이지만 오전 8시 7분에서 59분 사이 실제 배차간격은 16분, 11분, 11분, 11분, 3분으로 들쭉날쭉했다. 오전 7시 57분과 8시 21분에는 간선 609번 버스 2대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특히 403번 버스는 12분~14분이나 걸렸다. 버스들이 배차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법천지 버스전용차로 때문.
한 급행버스기사는 "출근시간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급행버스는 그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곳 버스전용차로는 공익요원이 자리를 뜬 오전 8시 10분부터 엉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전용차로에 줄지어 선 택시들과 전용차로로 끼어드는 승용차 때문에 버스들은 연방 경적을 울려댔고 오토바이, 자전거까지 전용차로에 합세해 버스보다 일반 차량들이 더 많았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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