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WBC 4강 가려면 무조건 '일본 잡아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생각지도 못했던 '병역특례' 선물을 품에 안을 수 있을까.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2일 KBS '1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국방부와 문화관광부에 WBC 4강 진출시 병역 특례를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한국팀의 4강 가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야구대표팀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금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동메달),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금메달) 등에서 '아시안게임은 1위, 올림픽은 3위 이내면 병역 특례가 가능하다'는 병역법 시행령 49조 '예술 체육요원의 특례대상'조항에 근거, 혜택을 누렸다.

김인식 감독은 당초 개인적인 바람을 들며 "8강에만 들어도 병역 혜택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으나 신상우 총재의 말마따나 '과욕'이었다.

16개국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8강에 올랐다고 병역 특례를 요구한다는 것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상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그러나 4강은 다르다. '야구 최강국 결정전'이라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제치고 4강에 오른다면 아시아 주변국을 벗어나 일약 맹주 자리에 올라섬과 동시에 미국과 중남미로 대변되는 세계 야구의 중심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게 현실. 예선에서 대만을 누른 다음 본선에서 우리 프로야구보다 50년 앞서 있다는 일본을 제압해야 가능한 일이다.

시쳇말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도' 일본을 물리까 말까한 수준인데 마침 '병역특례'라는 맛좋은 당근이 떨어진다면 없던 힘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김선우(콜로라도), 최희섭(LA 다저스), 봉중근(신시내티 레즈)을 비롯, 한국팀 엔트리 30명의 ⅓을 차지하는 병역 미필 선수 10명으로서는 '4강 진출'이 선택이 아닌 '당위'로 다가왔다.

◇4강문턱, 가장 큰 장애물은 일본

한국이 WBC 4강에 진출해 병역 특례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기 위해서는 꼭 넘어서야 하는 팀이 바로 일본이다. 한국은 3월3일부터 벌어지는 예선에서 일본과 만나고 8강에 진출해도 일본과 또 격돌하게 돼 있다.

WBC 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 빅카드로 B조의 미국과 D조 도미니카공화국이 결승에서 맞붙게 하기 위해 대진을 일부러 그렇게 짰다. 결승팀을 가릴 때까지 A조는 B조, C조는 D조와 경기를 치르게 됐다.

A조에 편성된 한국은 일본과 함께 본선에 진출하면 B조 1위가 유력한 미국과 캐나다 또는 멕시코 중 한 팀과 본선리그를 치른다.

결국 4강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팀이 일본이다. 8강 본선에서 어떤 변수를 따지더라도 세계 최강인 미국에는 승산이 없다고 볼 때 일본을 반드시 잡고 멕시코나 캐나다를 제물로 다시 1승을 추가해야 한다.

일본에 지고 멕시코나 캐나다에 1승을 거둔다고 할 때에는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멕시코나 일본이 일본을 꼭 이겨주기를 바라는 식이다.

◇1라운드 일본전은 '예비 4강행' 결정판

그래서 3월5일 일본과 예선전은 중요하다. 3일 대만을 꺾고 본선행을 확정했다고 해 일본전을 '쉬어가는' 경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끝장승부'를 통해 일본의 기를 처음부터 확실히 꺾어놓을 필요가 있다.

일본이 역대 최고 수준의 드림팀을 꾸렸다고 하나 허점은 있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도 국내파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꾸려 금메달을 노렸지만 '복병' 호주 에 막혀 동메달에 그친 일본이다.

때에 따라서는 구대성, 봉중근, 전병두 등 중간 계투로 보직이 국한된 좌완투수들을 일본전 선발로 돌리는 것도 방책이 될 수 있다. 이선희-구대성 등 역대로 한국의 좌완은 일본에 강했다.

한국의 드림팀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버틴 일본을 맞아 이승엽의 맹활약을 앞세워 두 번이나 승리하며 동메달을 얻었다.

하지만 국내파 최고 선수들끼리 맞붙은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드림팀끼리 맞붙는 두 번째 대결에서 한국이 일본에 설욕할 수 있는 좋은 찬스를 잡았다.

일본파의 거두 선동열 투수코치를 비롯, 이종범, 이승엽 등이 일본 야구 타도 비법을 전수할 예정이고 박찬호를 필두로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들도 한층 다양한 경험을 앞세워 일본에 맞설 계획이다.

병역 미필 선수들을 위해 나머지 선수들이 더욱 열심히 뛰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조직력이 좋아지는 부수효과도 노릴만 하다.

WBC 4강과 병역 혜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이를 위한 목표는 '극일(克日)'로 명료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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