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TX 여승무원 사복투쟁 이틀째…승객불만 고조

정규직채용 등 요구하며 농성

"기껏 비싼 돈을 주고 특실에 탔더니 음료수를셀프(서비스)로 해결하라니요" KTX(고속철) 여승무원들의 사복(私服)투쟁과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의 사복승차 제지로 전국의 모든 KTX 열차가 여승무원 없이 운행된 지 이틀째인 26일 열차승객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날 오전 6시40분 서울발 동대구행 101호 KTX 열차 이후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경부선 KTX 184대와 호남선 KTX 56대 등 모두 240대의 열차가 여승무원 없이 운행됐다. 이날 오전 부산발 KTX 열차를 이용해 서울에 도착한 김상덕(55)씨는 "더 비싼돈을 주고 특실표를 끊었는데 음료마저 직접 가져다 먹으라는 식의 서비스를 받는것은 말이 안된다"며 "문제가 있더라도 승무원들과 사측이 타협을 봐서 잘 해결해야지 국가 재산으로 운영되는 철도가 이런 식으로 승객들에게 불편을 줘서는 안된다" 고 항의했다.

그는 "짐을 두 개나 들고도 자리를 제대로 못찾아 고생하던 한 할머니의 모습이눈에 띄어 보기 안좋았으며 객실에는 승객들이 먹고 놔둔 빈 캔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서 지저분했다"고 덧붙였다.

대구발 서울행 KTX 열차의 특실을 이용한 김미선(45.여)씨 역시 "날도 쌀쌀한데차가운 캔 음료나 '셀프'로 가져다 마시라는 식의 설명을 들으니 들인 돈에 비해 제공받은 서비스가 부실한 것 같아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역에서 만난 일반 객실 이용자 유호성(34)씨 역시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하거나 심하게 떠드는 승객들이 많았는데 이를 제지하는 승무원이 없어서 열차가 소란스러웠다"며 "빨리 문제가 해결돼서 승객들이 편안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들은 KTX가 이번 사복투쟁 전에도 승무원들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가부실했다고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일반실을 이용해 서울에 도착했다는 조치후(27)씨는 "평소에도 여승무원들이 물어보는 것에만 답하는 정도였을 뿐 별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승무원마저 없어 더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KTX측은 열차당 1곳에 무료 셀프서비스 데스크를 마련해 놓고 음료수 등을비치했지만 남자승무원을 추가배치 하지는 않았다. 철도공사는 이날 발표한 사과문에서 "승무원 안내와 특실 손님들에게 제공되던일부 서비스가 중단되고 있는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승무원의역할이 안전업무가 아닌 안내 서비스이며 기장과 열차팀장.차량관리장 등 다른 직원들이 모두 열차에 탑승해 있는 만큼 승객들의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KTX 열차 서울 승무지부 소속 여승무원 130여명과 부산 승무지부 소속 여승무원 5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각각 서울역 대합실과 부산역 승무사무소 앞에서 ▲철도공사 정규직 직접 채용 ▲체불임금 지급 ▲노조탄압 중지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였다.

철도공사는 "승무원들이 '경고 2회시 출무정지' 등의 조항이 담긴 서약 서류를제출했음에도 사복투쟁을 벌이는 것은 복무규정 위반으로 근거와 명분이 없는 불법투쟁"이라며 "공사측이 승무원 관리회사인 철도유통에서의 정규직 전환 등의 방안을제시했음에도 여승무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철도공사에서 정규직화되는 방안만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유통은 지난 이틀 간 근무대상자 중 출무하지 않은 승무원들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렸으며 향후 승무원 운용지침에 따라 '사복투쟁'을 벌이는 승무원들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방침임을 통보했다.

연합뉴스

사진: KTX 여승무원 서울역 집회-KTX(고속철) 여승무원들의 사복투쟁으로 25일 오전부터 전국 모든 KTX 열차가 여승무원 없이 운행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KTX여승무원들이 비정규직 철폐와 승차금지명령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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