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색깔로 단장한 신발, 소일 삼아 캔 달래와 냉이를 들고 나온 시골 할머니, 충북·강원 등 인접한 곳은 물론, 경남 등지에서 갖가지 물건을 팔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
5일장이 열린 27일 오후 상주 남성동 중앙시장. 반짝 꽃샘 추위로 날씨는 제법 차가웠지만 이곳의 상인들은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을 준비하려는 주민들에게 봄을 팔고 있었다.
충북 청원에서 왔다는 꽃 노점상 양해석(45) 씨 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점심 끼니도 걸렀다. 엷은 보라색을 띤 오색기린초와 선인장, 미니장미 등 30여 종의 꽃을 진열해 놓은 이곳에서는 2천 원이면 소형 꽃화분 1개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값이 봄처럼 가벼웠다.
몸집이 제법 큰 히야신스나 서양란은 주인 양씨가 즉석에서 토분에다 마사토를 넣은 화분으로 만들어 여느 고급 화원에서 구입한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양씨는 "며칠 전부터 봄꽃 화분을 팔고 있다"며 "앞으로 2개월 정도는 봄 기운 때문에 장사 재미가 좋을 것"이라며 웃었다.
봄은 여기뿐만 아니다. 바로 곁에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치장한 신발과 제법 얇아진 이불을 파는 노점상들이나, 인근 들판에서 소일 삼아 캔 달래며 냉이 등 나물을 가져온 촌할머니의 외침 속에도 봄기운은 가득했다.
김분연(68·상주시 내서면) 할머니는 "며칠 봄처럼 따뜻해 텃밭에서 캔 냉이를 팔아 손자 녀석들 학용품을 사 주러 나왔다"며 검은 비닐봉지에 냉이를 가득 넣어 3천 원에 가져가라며 내밀었다.
분홍과 빨간색 봄옷을 가득 실은 리어카 노점 앞에는 아낙네들이 줄지어 옷을 고르며 이른 봄을 맞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5천 원이면 봄 윗옷 하나를 살 수 있다. 도심 상가에서는 아무리 싸더라도 몇만 원은 줘야 살 수 있었던 봄 옷이기에 서너 개씩 고르는 손님들도 적잖았다.
조금씩 땅거미가 지면서 봄을 팔 다음 5일장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던 옷 노점상 김광식(52·경남 마산) 씨는 "요즘 같으면 하루 20만 원도 너끈히 팔린다"며 "1년 중 가장 활기가 눈에 띄는 시기가 봄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라 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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