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느닷없이 터진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사무총장으로 공천심사위원장까지 겸하고 있는 3선의 중진의원이 '사고'를 친데다 마침 아동 성폭력 피살사건으로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돼 있는 상태여서 수습이 쉽지 않은 것. 한나라당은 최고위원회의와 윤리위를 잇따라 열어 최 전 총장의 당직 사퇴, 탈당 수순을 밟았고 박근혜 대표가 직접 대국민사과를 했으나 파문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다.
◆발 빠르게 수습에는 나섰지만?=그동안 잦은 술자리 사고로 인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번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지도부의 대응은 기민했다.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휴일인 지난 26일 곧바로 최고위원회의를 긴급 소집해 최 전 총장의 사무총장직과 공천심사위원장직 등 당직 사퇴를 결론지었다. 이어 27일 회의에서는 박근혜 대표가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를 했다. 박 대표는 "사건의 진상을 듣고 곧바로 사의를 수용했다"며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사활을 건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이번 성추행 사건이 한나라당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한 여성 유권자들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에도 파문은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최 전 총장의 의원직 사퇴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당내 여성의원들 반발은 더욱 거세다. 특히 진수희 의원 등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자고 주장해 온 여성 의원들은 박 대표에게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과 여성단체, 언론단체 반발도 줄을 잇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성추행 사건의 전모 공개를 요구하며 정치쟁점화할 태세이고, 민주당과 민노당은 최 전 총장의 정계 은퇴 또는 형사처벌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민노당 측은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에 도움을 준 공로로 지난 1999년 여성단체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은 최 전 총장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더욱 충격적"이라며 "또 '술집 여주인인 줄 알았다'는 최 전 총장 해명은 여성들에게 2차 성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총장이 지역구인 동해시의 성폭력상담소 이사장직을 겸하고 있는 점이 알려지면서 여성단체 쪽에서도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살풀이'라도 해야 할 판=연달아 터지는 술자리 파문과 추태로 한나라당은 혼란에 빠졌다. 터졌다 하면 한나라당 의원과 관련된 추문이다 보니 당으로서도 속수무책이다.
당내에서는 '나사 풀린' 당내 분위기와 정치권의 음주문화를 지적하는 소리가 많다. 최근 40%를 넘는 당 지지도와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당내 분위기를 극도로 이완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초선의원들이 추태를 부려온 데 이어 이번에 사무총장까지 가세하면서 "풀려도 너무 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정치권의 음주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당내에서 이런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데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술 먹고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술에 대한 관대한 남성적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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