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캔버스 속으로 들어간 개-(5)현대미술가 김결수

흰털에 때가 덕지덕지 묻은 개 한 마리를 작업실 앞 횡단보도에서 자주 본다.유심히 지켜보면 초록 신호가 떨어지면 머리를 좌우로 돌려가며 건넌다. 사람의 행동과 다를 바 없어 기특해 보이기까지 한다.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여러 종(種)의 동물들 중에 가장 밀접한 존재이면서 품종에 따라서 애지중지 사랑도 받는가 하면 때로는 미식가들에 의해 보신(補身)으로 쓰여지기도 한다.

개는 개과(犬科)에 속하는 동물의 하나로 이리, 늑대와 비슷한데 오래 전부터 사육하여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며 냄새를 잘 맡고 귀와 눈이 밝아 도둑을 잘 지키며 사냥과 군사상에도 쓰며 전 세계에 걸쳐 많은 품종이 있다.

현대사회는 개에 의해 들려오는 민화적 속담과 상소리로 우리에게 감동과 생각을 하게끔 한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먹는다", "개 꼬라지 미워서 낙지 산다", "개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못 된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등 개가 그만큼 우리 인간과 친숙한 동물이면서 새삼 일깨워 주는 이야기가 많은 것이다.

작업은 노동의 과정(Process)에 의한 결과를 중시하고 있다. 힘에 의한 단순 노동만을 암시하기보다는 인간의 치열한 삶 속에 만들어지는 다양한 물성(物性)들을 가지고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미술작품의 속성 자체가 프로세스를 중시하듯이 오브제에 의한 개의 표현은 인간과 개의 삶이 같은 선상에 있는 노동이라고 개인적으로 보고 있다.

우연히 목격한 사건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한 아주머니의 어처구니없는 죽음 앞에서 노출된 노동이 조그마한 나무도마에 묻어 있음을 깨달은 적이 있다. 한 여인이 수없이 반복한 노동(칼질)의 흔적이 나무도마에 움푹 패어 고스란히 흔적을 담아 있음이다.

내 안에 개 한 마리를 캔버스 속에 담는 것은 사람과 대비되는 삶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죽음으로 암시하는 섬뜩함의 내용물이 있다면 동물의 삶 또한 노동을 암시하는 기표처럼 보일 수 있다.

수없이 반복되고 변화하는 인간의 이미지가 녹슨 철판 위의 백색 돌가루로 표현되어 행위에 의한 고통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본다면 가장 오랜 세월을 관계한 개 역시 인간의 틈 속에서 여러 가지 몸부림치는 과정을 고통보다는 즐거움으로 해석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기도 한다.

병술년 개띠 해에 저마다의 마음 속에 충직함과 성실함, 그리고 인간을 좋아하는 속성을 가진 개 한 마리씩을 키워 봄이 어떨지…. 그리하면 올해 끝자락에서 살포시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대미술가 김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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