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캔버스 속으로 들어간 개-(6)류재하 '하필 왜 'X새끼' 일까?'

개는 동물 중에서 사람과 가장 가까이 지내왔다. 특히 요즈음에는 사람과 함께 동고동락할 만큼 친밀하며 거의 가족적인 개념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이러한 개가 용어적인 측면에서는 내가 기억하기 오래전부터 긍정적 면과 부정적 측면의 극단적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옛날부터 개와 사람의 관계는 항상 우호적 관계로 사람에게 순종하고 주인에게 충성하는 충견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개는 사람에게 유익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군견, 경찰견, 사냥개 등의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는 경우와 평범하게는 집을 지키는 역할과 함께 애완견으로서의 위치도 가지고 있다.

이렇듯 개는 이미지를 상상해 볼 때 아주 긍정적 측면을 지니고 있으나, 'X 같은 놈', 'X 같은 날', '개 같이' 등으로 접두어나 구어로서 내뱉어질 때는 욕의 성격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경우에 사용되어져 왔다. 욕을 하는 단어의 빈도수로 볼 때도 아마 'X새끼'라는 욕을 가장 많이 쓰고 있지 않나 추측이 될 정도이다.

하필 왜? 'X새끼', 'X 같은 놈' 등으로 개를 빌어 표현하는지 조금 상상하여 추측 해보면 이놈의 개는 성행위에 있어 누가 보든 말든 때와 장소의 구분도 없고 짝에 대한 지조나 절개는커녕 부끄럼조차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사람과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되어지는 동물이라 그런지 개의 성적인 습성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상대가 지조가 없거나 나쁜 행동의 경우에 개에게 비유하여 욕으로 사용된 듯 하다.

그런데 개의 지조 없는 부정적 측면이 현대사회의 일면과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현대사회가 멀티사회로 진입하면서 정보가 오픈되고 지식이 보편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다보니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도 많은 목소리들이 나오지만 어찌 한번 목소리 잘못 내었다가는 집중포화 (특히 인터넷)를 맞는 개 같은 날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모두가 어떤 논지에 대해서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지조 없는 멀티적 논지를 펴간다, 특히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 기성세대들의 멀티적 논리가 아주 젊은 세대를 이해하며 매너있고 민주적이며 현대적인 양으로 받아지는 분위기로 변해 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주체인 젊은 세대의 입맛 변화에 적응하지 않고 논지를 바꾸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눈총 받게 되는 분위기가 문제인 것 같다.

지조 없는 X새끼가 되지 않으면 점점 더 고루하고 하품 나는 외톨박이 신세로 지내야하는 사회로 변해 가는 것 같다. 나 자신도 대인관계나 강의실에서 논지의 힘을 잃어 간다.

류재하(경북대 미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