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34·가명) 씨는 올 초 동구의 한 가구점에서 소파를 구입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가구점이 중국산 소파를 미국산으로 속여 팔았는데 환불조차 안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280만 원짜리 소파를 산 뒤 네 번씩이나 교환했지만 그때마다 엉터리였다고 이씨는 말했다. 크기가 다른 짝짝이거나 등판이 어긋나 있고 가죽에 얼룩이 져 매번 다시 교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지난달 동구청에 의뢰, 점검한 결과 이씨가 산 소파는 미국산이 아니라 중국산 OEM(주문자생산방식) 제품으로 드러났다.
"분명 미국산이라고 했는데 소파를 꼼꼼히 살펴 보니 밑바닥 가장자리에 중국산 원산지 표시가 붙어 있는 거예요. 중국산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비싼 값으로는 절대 구입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씨는 "맨 처음 교환을 요구했을 때 관세를 물어야 한다기에 50만 원을 별도 지급했지만 부산세관 확인 결과 500만 원 이하 가구는 관세 자체가 없었다"며 "수입신고 필증을 보여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시간만 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행정기관들의 떠넘기기는 이씨를 두 번 울리고 있다. 서울 공정거래위원회는 20억 원 이상의 '큰 건'만 취급한다며 대구 공정위에 문의하라고 했고, 대구 공정위는 해당 구청 업무라며 발을 빼더라는 것.
하지만 구청은 중국산 원산지 표시만 확인했을 뿐 미국산이라고 속여 판 증거가 없다며 행정 처분 대신 교환 권고만 제시한 상태.
"미국산이라고 속여 판 녹취록까지 확보했는데 왜 권고 조치만 하는지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다른 가구점에 몰래 알아봤더니 대구에서 팔리는 상당수 외제 소파가 중국산이라고 하더군요. 행정기관들은 제 2, 제 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단속에 신경 써야 합니다."
이씨는 "행정기관들이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통에 경찰 고소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씁쓸해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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