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나라 가정의 우울한 자화상

우리나라 청소년은 고민 상담자로 친구(37%)'어머니(32%)를 주로 찾는 반면 아버지와 고민을 나누는 경우는 단 3.9%에 그치는 등 아버지와 청소년 자녀 간 대화 통로가 거의 막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여성가족부가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처음으로 전국 2천925가구 5천973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05년 가족 실태 조사'는 급변하는 세태 속 우리나라 가정의 현주소를 드러내 보인다.

무엇보다 일을 이유로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12세 이하 자녀를 둔 아버지 가운데 자녀와 놀아주는 경우는 4명 중 1명에 불과할 만큼 자녀 양육의 참여도가 낮다. 집안일을 아내와 함께 해본 적이 없는 가사 방관형도 77%나 돼 일하는 여성이 급증하는 요즘도 아내의 가사전담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부모 부양에 대한 자녀들의 사고방식도 세태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능력 있는 자녀가 돌봐야 한다"(39%)는 전통 관념이 여전히 가장 높지만, 4명 중 1명은 "부모 스스로 살아야 한다"고 여긴다. 부모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 부모끼리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부모들은 자녀에게 기댈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자녀 출산에 대해서도 "아이를 꼭 낳을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30대(22%), 20대(24%), 10대(28%) 등 연령층이 낮을수록 심각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들여다본 우리 가정의 자화상은 그다지 건강하고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부재와 자녀들의 단절감, 여전한 가정 내 가부장적 행태, 노부모와 자녀에 대한 차세대의 자기중심적 태도 등은 앞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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