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시대와 인간의 삶
한국인의 삶도 점차 유비쿼터스 환경에 가까워지고 있다. PC·휴대전화·PDA·자동차 내비게이터·가전제품과 같은 수많은 전자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은 인간의 삶을 더욱 편하고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본격적인 유비쿼터스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아보자.
▨ 이슈의 배경
회사원 K씨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회사 지하 주차장에 세워 둔 자동차에 올랐다. 차 문을 열자 K씨의 옷 어딘가에 부착된 센서를 인식한 자동차가 자동으로 의자와 사이드미러의 위치를 조절하고, K씨가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다. K씨가 "집!"이라고 얘기하자 내비게이션이 교통 흐름이 가장 좋은 길을 안내한다.
집에 도착한 K씨가 현관문을 열자 신발장 위에 걸린 모니터에서 아내의 얼굴이 나타나며 "여보, 오늘 모임이 있어 나가니까 식탁에 차려둔 저녁 드세요."라고 인사한다.
저녁을 먹은 K씨가 우유 한 잔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자 마침 우유가 다 떨어졌다. 전자태그(RFID) 리더가 내장된 PDA를 냉장고에 붙여놓은 전단지의 우유 그림에 갖다 대자 동네 상점에 자동으로 우유가 주문됐다.
가상으로 그려본 이 시나리오는 공상 과학 만화나 영화의 얘기가 아니라 이미 상당 부분 우리의 삶에서 구현되고 있거나, 곧 구현될 기술들이다. 유·무선의 구분이 없는 네트워크 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모든 전자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무선인식기술을 초소형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불가능의 영역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유비쿼터스
'유비쿼터스'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했다.'거나 '유비쿼터스 라이프'라는 것은 그 의미가 파악되기 이전에 이미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얘기가 되고 있다. 라틴어로 '언제 어디서나 있는'이라는 뜻을 가진 유비쿼터스는 현대에 와서 '사용자가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IT 환경'이라는 뜻이 되었다.
유비쿼터스를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쓰는 개념이 바로 '5Any' (Anytime, Anywhere, Anybody, Any network, Any device)와 '5C'(Computing, Communication, Connectivity, Contents, Calm)다. 특히 5C 가운데서 유비쿼터스의 핵심이 되는 캄(Calm)기술은 일상생활에 센서와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를 보이지 않게 내장하고 이를 활용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처럼 산업이나 기술이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 때문에 1998년 이 말을 처음으로 썼던 미국 제록스사의 마크 와이저 연구소장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메인프레임, PC에 이은 제3의 정보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유비쿼터스 시대의 부작용
하지만 유비쿼터스 시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비쿼터스가 고도로 구현될 경우 '개인화', '탈사회화'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개인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자동 주문되고 맞춤형 정보가 제공되며 개인의 취향에 맞는 여가 생활이 자동으로 서비스된다면 개개인의 삶에서 사회의 역할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점점 그 필요성이 퇴색될 수 있다. 실제로 그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회와의 관계가 줄어드는 만큼 개개인이 느끼기에 그 관계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갈수록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하고 채팅이나 온라인 게임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폐단들을 우리는 이미 심심찮게 접하고 있다. 사이버 머니 때문에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온라인 자살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꽤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비쿼터스는 인터넷 그 자체에 매몰되는 수준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 상당 부분이 맞춤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채팅이나 온라인 게임보다 '개인화', '탈사회화'의 우려가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유비쿼터스의 파급 효과 또한 적지 않다. 우선 유비쿼터스 기술은 공공 부문에서 혁신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가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데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전자태크 기술을 이용해 장애인들이 안내인이나 안내견의 도움 없이도 어렵잖게 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인간이 위치하고 있는 환경의 특성을 모색한 뒤, 그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심리나 건강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매 시기에 개개인이 가장 선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발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성, 쾌적성, 편리성을 높여 줄 유비쿼터스 기술은 사람을 더욱 행복하고 여유롭게 만듦으로써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이를 통해 정보기술을 통한 유토피아를 만들 것이라는 게 많은 학자들의 예상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에 아무런 부작용 없이 성큼 들어서 있다.
전자태그(RFID), PDA, 무선인식기술,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사이버 머니, 크래킹, 사이버 범죄, 간접비용
▲전자태크='무선 주파수 식별(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의 준말. RFID는 판독 및 해독 기능을 하는 판독기(Reader)와 정보를 제공하는 태그(Tag)로 구성되는데, 제품에 붙이는 태그에 생산, 유통, 보관, 소비의 전 과정에 대한 정보를 담고, 판독기로 하여금 안테나를 통해서 이 정보를 읽도록 한다. 활용 범위도 무궁무진하다. 도난과 복제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도서관에서는 도서 출납에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RFID는 대중교통 요금 징수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활용 범위가 유통 분야뿐 아니라 동물 추적 장치, 자동차 안전장치, 개인 출입 및 접근 허가 장치, 전자 요금 징수 장치, 생산관리 등 여러 분야로 확산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텔레매틱스=통신과 정보과학의 합성어. 차량, 항공, 선박 등 운송장비에 내장된 컴퓨터와 무선 통신 기술, 위성항법 장치, 인터넷에서 문자 신호와 음성 신호를 바꾸는 기술 등에 의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말한다. 이 중에서 자동차 텔레매틱스는 가장 각광받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이동통신 기술과 위치추적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해 차량 사고나 도난 감지, 운전 경로 안내, 교통 및 생활정보, 게임, 인터넷 이용 등을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차원의 자동차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첨단기술이다.
▲크래킹=다른 사람의 컴퓨터 시스템에 무단으로 침입해 정보를 훔치거나 프로그램을 훼손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컴퓨터 범죄에 대해서 해커와 크래커가 혼동되기도 한다. 해커는 정보 공유를 주장하는 고도의 컴퓨터 전문가로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발전에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크래커는 악의적으로 범죄의 수단으로 해킹 기술을 이용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크래커는 이익을 추구하려고도 하지만 악의적이고 이타적인 목적이나 이유, 특히 보안 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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