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 눈높이에 맞는 영어책 고르기

자녀의 영어 학습을 위해 영어 서적에 관심을 가지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대구 곳곳에서 영어전문서점이 성업 중이고, 교보문고 대구점에서도 영어서적 부문 매출이 매년 20%의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코너를 확장할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영어 서적은 학생들이 영어를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막상 책을 구입하려 서점에 나가보면 어떤 책을 사야할지 고민만 쌓인다. 영어 서적을 어떻게 고르고 활용해야 할 지 어려워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자녀의 마음을 읽어보세요

영어 서적 활용에 초보인 학부모들은 서점 가득 쌓인 책들을 보며 앞이 막막해진다. 수많은 책들 중에 어떤 책이 자녀에게 맞고 도움이 될지 골라내기가 수월치 않은 것.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한글 동화책을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자녀가 흥미를 보이는 책을 사주는 것이 영어책에 쉽게 재미를 붙이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녀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영어전문서점 잉글리시 하우스 이강수 사장은 "책을 읽고 느끼는 주체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평소 다양한 책을 통해 어떤 소재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사건에 안타까워하고 흥분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한 후 스토리 북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면 서점에 갔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쑥쑥닷컴(www.suksuk.co.kr)이나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www.jamsune.com) 등을 통하면 고수 엄마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동화책에서 챕터북까지

입문 단계부터 무리한 수준의 읽기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영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기 쉽다. 시작은 페이지마다 2~3줄 정도의 짧은 글이 있는 그림 동화책이 적당하다. 이 사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글과 그림이 일치하거나 상호보완적으로 구성된 동화책에서 시작해 점차 문장의 길이가 긴 책으로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 때는 반복적인 문장이 자연스럽게 동화 속에 녹아 있고 실제 말 길이와 유사한 길이의 문장으로 쓰여 있는지를 유의해서 살펴야 한다.

영어 실력이 또래에 비해 탁월하거나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글과 그림이 각각 절반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챕터북이 좋다. 중학생이라고 해도 처음 영어책에 입문하는 학생이라면 챕터북 정도의 수준에서 시작해 성인용 스토리리더(story reader·줄글 책)로 단계를 높여가는 것이 적절하다.

△영어도 언어다

학부모들이 영어에 대해 잘못 생각하기 쉬운 부분이 영어를 '언어'가 아니라 '공부'로만 받아들여 자녀에게도 이와 같은 방식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 이승익 대곡 ELF 원장은 "우리말을 배울 때 굳이 단어의 의미와 활용을 별도로 공부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흡수했던 것처럼, 자녀가 책 속에서 영어 문장의 실제 사용법을 알게 하고 반복적으로 체득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굳이 자녀에게 문장을 해석하도록 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이강수 사장은 "모르는 단어나 문법 등에 매달리다보면 기존 성인들의 학습법처럼 한국어를 통한 영어 공부가 되기 쉽다"며 "우리말 해석보다는 그림과 문맥 등을 통해 내재된 의미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정독이냐 다독이냐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혀야 할 지, 다양한 책을 많이 읽도록 해야 할 지도 고민이다. 이에 대해 이승익 원장은 "정독과 다독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답했다. 한 권의 책은 줄거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3~4번 이상은 읽도록 해야 하며, 여러 종류의 책들을 많이 읽어 영어식 문화와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

이 원장은 "반복해서 읽다 보면 몰랐던 단어의 의미들도 어렴풋이 머릿속에 들어오게 된다"며 "아이가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고 중심 사건을 부모에게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읽기 단계에 도달했다면 다른 책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읽기만 한다고 영어 실력이 향상될까 의문을 가지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읽기는 영어를 배우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양이 쌓이면 다른 부분의 공부도 쉽게 해결되기 때문. 윤형배 대구시 교육청 장학사는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고, 더 나은 표현의 글을 써 내는 것은 영어도 마찬가지"라며 "다양한 영어 서적을 접하다보면 그 속에 반복되는 표현 등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자리 잡아 말로 표현될 수 있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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