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뒷모습'
이구락
민들레 노랗게 피어난 봄길
저만큼 앞서서
산을 내려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
훤칠한 키에 늘 보기 좋았던
일흔이 넘어도 늘 정정하시던,
아버지의 걸음걸이
아, 오늘은 완연한 노인의 모습이다
어깨가 조금 쳐지고 보폭도 좁아져
조심조심 내려가시는 저 뒷모습
어찌할거나, 아버지
당신의 길 끝을 향해
저토록 조심스럽게 걸어가신다
낡은 잿빛 중절모 위로
건너산으로 이어지는
황톳빛 길 하나 내려와 앉아
아지랑이 피워 올리며 손짓하는
이 봄날에
넘치는 봄의 생기(生氣)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볼 때가 있다. 생기와 대비되어 더욱 명료하게 보인다. 이를테면 '민들레 노랗게 피어난 봄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문득 '완연한 노인의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좁아진 보폭으로 산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시는 아버지는 다른 곳이 아닌, '당신의 길 끝을 향해' 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아지랑이 피워 올리며 손짓하는' 봄날이기에 길 끝(죽음)을 향해 걷는 모습은 가슴 깊이 사무치는 것이다.
이렇듯 봄날은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깨치게 하는 또 다른 환한 순간을 가져 주기도 한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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