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라마 '서울 1945','해전사' 논란 재연

'해방 전후사의 인식'의 역사관을 비판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발간되면서 일제 식민지 시대와 광복 직후 역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와중에 당시 시대를 관통하며 관련 사건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KBS 1TV 드라마 '서울 1945'(극본 이한호·정성희, 연출 윤창범·유현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0부작의 이 드라마는 당시 해방 공간을 배경으로 남녀 4명의 사랑을 담고 있다.

한은정, 류수영, 소유진, 김호진 등 주인공들은 자신이 믿고 따랐던 좌·우 이념을가슴에 품은 채 서로에 대한 애증을 교차시킨다.

제작진은 "'서울 1945'는 정치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멜로는 '인식'과 '재인식'의 차이만큼이나 해석이 분분한 역사적 사건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드라마는 이데올로기 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드라마는 18일 방송에서 해방을 맞는다. 몽양 여운형을 추앙하는 최운혁(류수영) 은 광복군의 일원으로 국내 진공작전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광복을 맞게 되자 소련군과 함께 함흥으로 진주하게 된다.

건국준비위원회를 조직했으며 해방 후 좌우합작운동을 추진한 여운형이 이처럼국내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채롭다. 또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전제위에 주인공이 소련군과 함께 국내 진주하는 장면이 시도되는 것도 새롭다.

반면 몰락한 왕가의 일족으로 지주의 아들인 이동우(김호진)는 해방 전 미국에서 이승만을 곁에서 보좌한다. 그러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OSS에서 특수 훈련을 받은 후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두 사람은 이 같은 이념의 차이뿐만 아니라 김해경(한은정), 문석경(소유진) 등과의 사랑 다툼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보이게 된다. 이에 대해 윤창범 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모델로 삼지 않았으며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은 읽어보지 못했다"며 "정치보다는 광복 이후혼란 속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식인 층에서 코뮤니즘이 퍼진 것은 당시 유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그런 성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사상을 전격적으로 좇지 않고 객관적인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에서 당시 사상을 재단하거나판단하지는 않겠다는 것.

그는 이어 "당시 마르크시즘도 후에 수정됐고, 자본주의도 결국 수정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후 "시대가 달라지면 평가도 달라지는 만큼 당시 상황과 초점으로드라마를 봐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출연진인 홍요섭은 "제작진에 대한 (외부의) 프레스가 많은 것 같다. 여기저기서 친다"며 "문제가 되더라도 제대로 한번 해봤으면 좋겠는데 주인공운혁을 내놓고 민족사회주의자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성주 선임프로듀서는 "지금까지 운혁과 동우는 서로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념적인 갈등 때문에 문제가 될 장면이 없었다"며 "외부 압력의 경우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드라마는 해방과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여운형 역으로 신구, 최운혁의 누이 역으로 윤혜경, 동우의 상대인 최강욱 역으로 김정학 등이 출연진으로가세했다.

아울러 일제 치하 귀족 출신인 문석경은 아버지인 문자작(김영철)의 자결로 집안의 몰락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문석경의 몸종이던 김해경은 격동기를 거치며 사교계의 여왕으로 떠오르며최운혁과 멜로 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김해경과 최운혁의 사랑은 미군정기에 실존했던 김수임과 이강국의 관계에 기초하고 있다. 김수임은 훗날 김일성 정권 최고인민회의 간부로 성장하는 이강국을 월북시킨 후 총살당하고, 이강국도 남로당 사건에연루돼 1955년 사형을 당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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