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우리당 이총리 '사퇴 불가피론' 대세

이해찬(李海瓚) 총리 거취문제를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의 기류가 주말을 고비로 사퇴 불가피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대통령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으나당내에서 형성되는 여론의 흐름은 "이대로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수렴되고있고, 심지어 이 총리가 퇴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있다.

이 같은 흐름은 김한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대표단이 11일 당내 의원들을 상대로 의견수렴을 거친 결과에서 단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상임위별로 의원들의의견을 모은 결과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당초 이 총리 유임론을 펴왔던 김근태(金槿泰) 의원계가 주말을 거치면서스탠스를 고쳐잡은 것이 이 총리 교체론 확산에 결정적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12일 저녁 이호웅(李浩雄) 이목희(李穆熙) 우원식(禹元植) 이인영(李仁榮) 등 재야파 소속 의원들과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이 총리의 사퇴가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현재 상황이 심각한 것이 분명하며, 이 총리도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이 오시면 거취를 표명할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거취표명의 형태에 대해 "지금 이 상황에서 총리가 대통령에게'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사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 총리가 여론과 상황들을 봐가면서 깊은 고민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이 안계신 지금 결심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말해, 이총리가 대통령 귀국 이후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열린 최고위원 비공개 간담회에서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입장변화'를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가며 이 총리를 옹호해온 친노진영에 속한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총리를 감싸는 듯한 발언은 쑥 들어갔다.

물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안된다" "이대로 밀릴 수 없다"는 요지의 유임론이나 "당이 나서서 진상규명부터 해보는게 순서" "사퇴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없지 않지만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한길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분위기는 대충 한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내 기류는 이 총리의 3.1절 골프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면서더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커져버렸다는 위기의식에 터잡고 있는 것으로분석된다.

앞으로 진상조사에 따라 '팩트'(사실관계)가 나오면 부풀려진 의혹이 상당부분해소될 수는 있지만 여론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기는 어렵다는 상황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자칫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시절의 '옷로비' 사건과 같이 실체없는 의혹사건으로 정권을 레임덕으로 몰고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원내부대표는 "그대로 놔두면 옷로비 사건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며 "억울하지만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경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정동영(鄭東泳) 의장 주재로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정작 이 총리 거취문제는 직접 거론되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이총리의 '이응'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이 외교활동을 위해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 여당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적절치 않기 때문이라는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는 사실상 이총리 거취에 대한 당 지도부의 입장을 정리하는성격의 모임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당의 입장을 설명하는 역할을 정 의장에게 사실상 '일임'했기때문이다.

김두관(金斗官)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귀국하면 정의장과 면담기회를 가질 것"이라며 "정 의장에게 모든 걸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의장은 간담회후 당내 의견수렴 작업을 주도한 김한길 원내대표와 1시간 가까이 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이 총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의 당내 여론이 '압축'된 형태로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여러 정황에 대해서도 당의 입장을 하나로 정리하기 위해서 많은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쯤으로 예상되는 노대통령과 정 의장과의 면담에서 정 의장이 당내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사실상 '이 총리 사퇴'를 건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노 대통령 귀국전에 자진해서 사퇴표명을 할 가능성이있는 만큼 당에서 지나친 압박을 가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최고위원회의에서 구체적 언급을 삼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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