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쁜 후보, 냉담한 시민'…선거 분위기 '냉랭'

'출마희망자들은 바쁜데, 유권자들은 관심 없다?'

4년 만에 열리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출마희망자들은 얼굴과 이름 알리기에 여념이 없지만, 지역경기 침체로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파김치된 후보와 정당 당직자들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출마희망자들은 벌써 파김치가 됐다. 공천 받기 위해 국회의원 만나랴, 여론조사 인지도 높이기 위해 행사마다 다니랴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한 광역단체장 출마희망자들은 경선에 대비해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이려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한 출마희망자는 "지역의 기관 단체는 거의 다 돌았고, 최근에는 시장, 상가, 약수터 등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발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출마희망자도 "하도 악수를 많이 해 손아귀가 얼얼하다"며 "아픈 다리를 풀기 위해 밤마다 발맛사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바쁘기는 정당 사무실도 마찬가지. 한나라당 대구시·경북도당 당직자들은 본격적인 공천심사를 벌이고 있는 이달 초부터 토·일요일마저 반납했다. 공천심사 회의를 위해 각종 서류를 준비하고 정리하느라 자정이 돼서야 퇴근하기 일쑤다. 열린우리당도 최근 본격적인 공천접수 및 공천심사회의, 외부인사 영입작업 등에 들어가 당직자들이 눈코 뜰 새 없다.

◆덩달아 바쁜 기관들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했다.

대구시·경북도 선관위는 19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받고 22일에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선거부정감시단 발대식을 갖는다. 각 정당의 경선 일정이 발표되면서 금품살포 등 선거법 위반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복잡해진 선거법에 대한 문의도 숱하게 들어온다.

이 때문에 지난달부터 대다수 직원들의 퇴근 시간은 밤 10시 이후로 늦춰졌다. 경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행정 업무가 폭증하고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병무청, 경찰서 등도 최근까지 후보자들의 공천관련 서류를 떼주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한나라당의 공천신청 공모기간 중 대구경북병무청이 하루 평균 발급한 병적증명서는 무려 1천 건. 담당 직원은 휴일도 반납한 채 매일 자정까지 증명서 발급에 매달렸다. 여기에다 열린우리당 후보 공모신청 기한인 15일까지 병적증명서 5천여 건을 발급해야 할 형편이다. 대구경북병무청 관계자는 "각 정당의 후보가 확정되면 선관위에 제출할 공직자용 병적증명서를 다시 발급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시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각 경찰서 수사과도 후보 및 후보 배우자의 범죄경력조회서를 발급해주느라 몸살을 앓았다. 최근 신용불량자 확인을 위한 조회로 각 은행 창구도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 누리는 곳들도

지역 여론조사기관, 인쇄·기획사, 사진관 등은 선거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기관들은 각 정당의 여론조사와 함께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출마희망자 개별 여론조사까지 수주받아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역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는 "광역단체장 후보의 경우 여론조사뿐 아니라 선거기획 업무까지 일괄 수주하는 경우가 있어 짭짤하다"고 했다.

상당수 인쇄·기획사들도 후보별 명함 및 홍보물 제작, 대담·연설용 차량 주문제작을 위한 계약 수주로 바쁘다. 명함의 경우 후보당 적게는 수천 장, 많게는 수만 장씩 인쇄하고 있다.

사진관들도 출마희망자들의 공천심사용 사진, 개인홍보물 게재사진 등 개인별 4~5종의 사진촬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시민들은 5·31 지방선거에 아직 무관심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누가 당선되든 똑같다"는 식의 정치적 냉소도 나타냈다. 선거 얘기에 아예 말문을 닫아버리는 시민도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우정애(50·여·동구 신천4동) 씨는 "누가 돼도 별 상관없는 것 아니냐? 손님들 밥상에서도 선거는 대화의 중심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열리는 줄 아예 모르는 시민도 많았다.

수성시장 'ㅎ'청과의 20대 점원 김모 씨는 "올해 선거가 있느냐? 별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변 상인들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근 과일가게 50대 주인은 "아침에 과일 팔러 나갔다가 오후에 들어오는 탓에 선거 분위기가 있는 줄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니까 선거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치인들에 대한 쓴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칠성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전명홍(50) 씨는 "정치인들이 서민들과 너무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서민들은 거창한 구호나 이념보다 하루하루 생활이 좀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황병윤(33·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신문과 방송에서 선거 관련 보도가 나오지만 특별히 관심깊게 귀 기울이지는 않는다. 선거가 열리는 줄은 알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