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청도 소싸움 축제의 또 다른 과제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소싸움 축제'를 보기 위해 청도 서원천변을 다녀갔다. 축제기간 내내 지역 상가와 재래시장, 숙박업소는 특수를 톡톡히 누렸고, '청도'라는 지역 브랜드 가치는 금액으로 환산할 없을 만큼 엄청난 효과를 거뒀다. 청도군은 "소싸움 축제가 수익을 창출하는 성공적인 자립형 문화축제였다."며 "전국의 지자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이 축제의 성공비결을 벤치마킹하고 돌아갔다."고 자랑했다.

이제 축제는 끝나고 관객은 돌아갔다. 텅빈 축제장은 내년에 또 다시 가득찰 테지만 이제 한 번쯤은 축제를 되돌아보고 미비한 점이 있으면 고쳐야할 때다.

늘 그랬지만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전체 관람객의 절반이 넘고, 상당수 관람객들은 "소싸움 경기를 제외하면 볼거리가 없다"고 했다. 또 매년 비슷한 틀인데다 어린이나 젊은층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청도군은 많은 돈을 들여 지역특산품 판매장을 비롯해 각종 전시관·체험관을 마련했지만 관람객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 등 치밀한 준비가 없었던 탓이다.

이는 준비과정을 보면 드러난다. 청도군은 지난 1999년 소싸움축제가 한국 10대 지역축제로 지정된 뒤 행정편의를 내세워 조례제정도 하지 않고 '소싸움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매년 10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집행은 공무원이 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8년 동안 한 곳의 기획사에 수의계약으로 매년 4억 원 규모의 축제 기획·설비·운영 등의 용역을 맡겼다. 한 회사가 축제기획을 도맡아 축제를 운영한만큼 변혁과 발전을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무리였을 지도 모른다. 군 관계자는 "대규모 축제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불가피했고 매년 감사원으로부터 강도높은 감사를 받았지만 한 건의 지적사항도 없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관람객이 많아 성공적인 축제였다면, 앞으로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도·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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