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기를 돌보게 될 걸 생각하니 무척 설레네요."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보건소. 강명숙(53·수성구 범어동)·예정숙(54·수성구 황금동)·권영화(56·수성구 범어동) 씨가 아기 인형을 보듬고 있었다.세 사람은 수성구 보건소가 이달 시작한 '베이비시터(baby-sitter) 양성교육' 수강생. 이미 자녀들을 키운 경험이 있어선지 아기 인형을 만지는 손길이 노련했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이곳에서 만학(晩學)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동안 예방접종, 응급처치 요령 등 영·유아 보육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2, 3명씩 아이들을 낳아 길렀지만 '과학적 육아 학습'은 이번이 처음.
강 씨와 예 씨는 고교시절부터 붙어다닌 단짝.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 보람있는 일을 찾아 봉사활동에 뛰어든 열혈 아줌마들이다. 지난 2년 동안 함께 지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불우이웃을 위한 밑반찬 장만 봉사활동을 해왔다.
"우연히 베이비시터 교육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거다' 싶었지요. 아이를 키워봤으니 그 경험을 살려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지 않겠어요?"(강명숙 씨)
"이 나이에 육아 교육을 새로 받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우리 세대가 경험으로 아이를 키운 것과 달리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니 배우는 재미도 쏠쏠합니다."(예정숙 씨)
권 씨는 지난 2월 계명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이곳에 왔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음식 만들기, 도시락 배달 등 봉사활동을 했던 권 씨. 이왕 남을 도울 거라면 제대로 알고 하자는 생각에 늦깎이 대학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고 '베이비 시터 교육 과정'까지 등록했다.
"젊어서 제 아이들을 키울 때는 힘들어 몰랐는데 이제는 아기들이 얼마나 예쁜 줄 알겠어요. 앞으로 어떤 아기들을 만날지 기대됩니다. 이래저래 힘든 분들의 아기를 맡게 될 텐데 저희들로 인해 그들이 육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길 바랍니다."
이들은 2개월의 교육을 마친 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의 자녀들을 돌봐주는 자원봉사에 나선다. 아동복지시설이나 장애인 가정이 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세 사람은 교육과정이 만족스럽다며 밝게 웃지만 현장에 뛰어들 생각을 하면 걱정이 적지 않다. 육아경험이 있는 '주부 9단'들이지만 아기를 품에 안고 키운 것이 벌써 20년도 더 된 일. 다른 사람의 아기를 책임지고 맡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나름대로 아이를 잘 키워왔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도 되네요. 하지만 '육아는 기술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긴다면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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